벽을 대고 하는 말


 사람으로 살아가며 사람한테 삶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데 내가 하는 말이 한귀로 고스란히 흘러 나간다든지 아예 처음부터 튕겨진다고 할 때에는 벽을 대고 하는 말입니다. 맞은편은 맞은편대로 맞은편 하고픈 말을 쉬지 않고 쏟아부으면서 나한테 아무런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을 때에, 이 또한 벽을 대고 하는 말입니다. 쏟아붓기는 말도 이야기도 사랑도 아닙니다. 한쪽만 오래도록 말을 한대서 쏟아붓기이지는 않습니다. 깊이 사랑하면서 조곤조곤 속삭일 때에는 한 사람만 속삭여도 괜찮습니다. 따사로운 사랑으로 살가이 껴안을 때에는 한 사람만 말꽃을 피울 수 있어요. 그러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풀어야 할 일일 때에는, 두 쪽은 두 쪽대로 제 이야기를 꺼낸 다음, 맞은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차분히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제 할 말을 마치고 나서 다른 볼일을 보러 간다며 홱 돌아선다면, 그예 벽을 대고 하는 말입니다. 아무리 웃음 띤 얼굴이라 하더라도 벽을 대고 하는 말이라면 조금도 따스하지 않고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4344.5.2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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