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놀이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1.5.20.



 새 책꽂이를 스물 들인다. 새 책꽂이는 형과 음성 어버이한테서 얻은 돈으로 장만했다. 내 팍팍한 살림돈으로는 도무지 새 책꽂이를 장만할 수 없었다. 새 책꽂이를 들이는 만큼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서관 문을 모두 열어 냄새를 뺀다. 지난 2007년에 주한미군 도서관에서 쓰던 책꽂이를 얻을 때에도 퍽 오랫동안 문을 열어 냄새를 뺐다. 주한미군 도서관 책꽂이에서는 노린내가 뱄는데, 한국사람이 쓰는 책꽂이에는 무슨 냄새가 밸까.

 새 책꽂이를 들이는 만큼,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과 책을 알뜰히 갈무리할 수 있다. 신나게 치우며 갈무리한다. 아이는 집과 도서관 사이를 뜀박질하면서 오간다. 한창 뛰고 달리며 놀다가는 사다리에 올라탄다. “벼리, 올라갈 수 있어요?” 하고 묻는다. 벌써 사다리에 다 올라간 다음 이야기한다. 제 키보다 훨씬 높이 올라가면서 안 무섭나 보지? 아이는 아버지가 빗자루를 들어 바닥을 쓸 때에는 “벼리 빗자루 어디 있어?” 하고 묻는다. 저도 함께 비질을 하겠단다. 아버지가 쓰레기를 주으면 저도 쓰레기를 줍겠다며 달려든다. 아버지가 짐을 나르면 저도 나르겠다며 손을 내민다. 참 귀여우면서 사랑스러운 아이가 어느덧 네 해째 이 집에서 함께 살아간다. 곧 태어날 둘째는 얼마나 귀여우면서 사랑스러울 아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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