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시골자락 묵은 밭에 단풍나무가 자란다. 단풍씨가 퍼져서 예까지 뿌리를 내렸는가 보다. 가까운 단풍나무가 7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을까. 바람이 단풍나무가 있는 데에서 이쪽으로 부니까, 단풍씨가 이리로 퍼졌겠구나. 퍽 여러 해 묵은 밭에서 자라는 단풍나무는 여러 해에 걸쳐 용케 살아남은 셈이다. 사람들 발길에 밟히거나 채이지 않았고, 밭갈이를 한다며 뽑히지 않았으며, 푸성귀를 심어 기른다며 꺾이지 않았다. 앞으로 이 묵은 밭이 묵은 밭 그대로 남는다면 이 단풍나무도 어린나무를 지나 어른나무가 되겠지. 머잖아 묵은 밭 한복판에 ‘뜬금없이’ 단풍나무 한 그루 우뚝 섰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어린 단풍나무는 몇 해 앞서 아주 자그마한 단풍씨 하나가 흙으로 떨어져 힘껏 뿌리를 내린 다음 힘차게 살아내어 이만큼 자랐다. (4344.5.1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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