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55] 눈고양이

 

 읍내 장마당에 마실을 가든, 도시에 있는 헌책방에 나들이를 가든, 우리 식구들은 가방과 장바구니를 챙깁니다. 가방에 넣을 수 있을 때에는 가방에 넣습니다. 가방으로 모자라면 장바구니를 꺼냅니다. 장바구니라 하지만, 천으로 짠 바구니라 할 테니까, 천바구니라고 해야 옳습니다. 가방을 쓰든 천바구니를 쓰든, 따로 환경사랑이나 자연사랑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가방과 바구니를 쓰는 일이 옳고 바르며 한결 즐겁다고 느낄 뿐입니다. 가방과 천바구니를 쓴대서 이 천바구니가 ‘에코백’이 된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저 천으로 만든 바구니일 뿐입니다. “GO GREEN”이라 새겨진 예쁘장한 ‘눈고양이 천바구니’를 잡지 선물로 끼워 주기도 한다던데, “푸르게 살자”라거나 “푸르게 걷자”라거나 “풀과 함께 걷자”라거나 “풀과 함께 살자”라 적는 천바구니는 없을는지, 또 ‘스노우캣’이나 ‘SNOWCAT’이 아니라 ‘눈고양이’라 적는 천바구니는 없을는지 궁금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만화영화 〈빨간머리 앤〉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스노우 퀸’이나 ‘스노우스 퀸’이라 안 하고 ‘눈의 여왕’이라 했어요. 조금 더 생각했으면, ‘눈 색시’나 ‘눈 아가씨’라 이름을 붙였겠지만. (4344.5.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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