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둑


 보리둑 꽃은 퍽 작습니다. 오얏나무 꽃이나 복숭아나무 꽃하고 견주면 참 작습니다. 화살나무 꽃하고 비슷한 크기라 할 텐데, 화살나무 꽃은 풀빛이라서 보리둑 꽃봉오리하고 견주면 눈에 거의 안 뜨입니다. 보리둑 꽃하고 화살나무 꽃이 나란히 있으면, 사람들은 보리둑 꽃만 알아보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보리둑 꽃이랑 오얏나무 꽃이 나란히 있으면 으레 오얏나무 꽃을 알아보겠지요.

 보리둑 꽃봉오리가 벌어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단풍나무 꽃봉오리가 벌어질 때하고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단풍나무 씨앗은 꽃보다 조금 클 뿐 퍽 작은데, 보리둑은 꽃봉오리가 터지니까 단풍꽃하고 대면 퍽 크구나 싶습니다. 어쩌면, 꽃 크기만큼 열매 크기가 달라질는지 모르겠습니다. 능금이나 배는 꽃 크기를 헤아리면 더욱 큰 열매가 맺힙니다만, 능금꽃이나 배꽃은 보리둑꽃보다 훨씬 커요. 훨씬 큰 꽃이니 훨씬 큰 열매를 맺을 테지요. 그런데 감꽃은 보리둑꽃보다 조금 더 크다 할 만하지만, 보리둑 열매는 자그맣고 감 열매는 제법 큽니다.

 더 생각해 보면, 보리둑 꽃은 흐드러지게 수없이 핍니다. 감꽃도 흐드러지게 핀다 할 테지만, 감꽃은 비바람에 쉬 떨어져요. 감꽃이 모두 감열매로 이어지지는 않아요. 감꽃이 알뜰히 여물지 못하고 제법 떨어지고, 또 차츰 여물던 감열매 또한 푸른 빛깔일 때에 꽤 떨어져야 다른 감알이 잘 여뭅니다.

 바알간 열매를 맺는 보리둑 꽃봉오리는 하얗습니다. 오얏 열매를 헤아리면, 오얏도 열매는 불그스름하거나 검붉다 할 만한데 꽃은 하얗습니다. 하얀 꽃에서 불그스름하거나 검붉은 열매가 맺히는구나 하고 또 한 번 새삼스레 헤아립니다. (4344.5.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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