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비누


 기름진 밥을 거의 안 먹는 살림이기에, 설거지를 할 때에는 불에 살짝 불렸다가 한다. 설거지를 할 때에 쓰는 이엠비누 한 장을 개수대 한쪽에 놓지만, 이 비누를 쓸 일이 거의 없다. 설거지 비누로 놓았지만 설거지는 물로만 하기 일쑤이고, 설거지를 할 때에 쓰자는 비누는 행주를 빨 때에만 쓰곤 한다.

 시골집으로 찾아온 손님이 밥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서기에 가만히 바라본다. 기름기 없는 그릇은 비누를 안 쓰고 물로 부시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기름기 없는 그릇을 몽땅 비누를 묻혀 박박 문질러 물을 부신다. 손님이 가고 나서 개수대를 갈무리하면서 살피니, 설거지 비누를 꽤 많이 썼다. 지난해 여름에 우리가 이 시골집으로 들어와 지내며 오늘까지 열한 달째 쓴 비누보다, 한 끼니 설거지를 한다며 쓴 비누가 더 많다.

 내가 손님이 되어 다른 집에 간다 할 때에, 그곳에서 나는 설거지 비누를 얼마나 쓸까. 내가 손님이 되어 찾아가는 다른 집에서는 기름기 있는 밥을 어느 만큼 먹을까. (4344.5.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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