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래곶에 사는 고래라고 합니다
이와사 메구미 지음, 다카바타케 준 그림, 황부겸 옮김 / 푸른길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파란빛 하늘과 바다를 껴안아 주셔요
 [책읽기 삶읽기 55] 이와사 메구미·다카바타케 준, 《나는 고래곶에 사는 고래라고 합니다》(푸른길,2004)


 온누리에는 책이 참 많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책이 태어나기 때문에 날마다 새로운 책이 늘어나며 온누리 책은 날마다 북적북적 넘칩니다.

 수없이 늘어나는 책을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모조리 읽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새로 태어나서 나중에 스스로 책을 읽을 무렵이 될 때에는 ‘일찌감치 판이 끊어져 새책방에서 찾아볼 수 없는’ 책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갖춘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커다란 도서관 빼고는 안 갖추는 책이 많습니다. 부산, 인천, 대구, 대전, 제주에 있는 도서관에서도 모든 책을 샅샅이 갖추려 하지는 않으니까요. 아니, 이 나라 모든 도서관은 한국땅 모든 책을 1권씩이라도 알뜰히 건사할 만큼 돈이나 시설이나 일꾼이 없다고들 합니다.

 날마다 새로 나오는 책들은 어떠한 빛과 소금을 담는지 헤아려 봅니다. 부질없이 나오는 책이란 없겠지요. 쓰잘데없이 종이쓰레기를 빚는 책 또한 없겠지요. 그러면, 종이에 글을 찍는 책이라면 하나같이 사랑할 만하거나 아낄 만하거나 돌아볼 만하다 할 수 있을까요.


.. 파란색을 정말 좋아하는 고래 선생님은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를 보며, ‘아, 행복해. 이런 곳에서 태어나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  (6쪽)


 《나는 고래곶에 사는 고래라고 합니다》(푸른길,2004)라고 하는 책을 집어들어 읽습니다. 옆지기가 고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고래곶’과 ‘고래’라는 이름에 끌려 집어듭니다. 아마, 고래를 좋아하는 다른 분들도 책이름에 두 차례 나오는 ‘고래’라는 이름에 끌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 앞머리에 나오는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를 보며” 참으로 즐겁다고 느끼는 대목에 밑줄을 긋습니다. 곧이어, ‘품격이라는 뭔가는 참으로 뭔가 있기나 한가’ 하고 곰곰이 생각한다는 대목에도 밑줄을 긋습니다.

 너른 바다를 누비는 고래라 한다면, 파란 바다와 파란 바다가 좋겠지요. 품격이니 격식이니 하는 틀이나 껍데기에 얽매이지 않을 테지요. 사람들처럼 성적표라든지 졸업장이라든지 매달리지 않겠지요.

 아파트가 없어도 되는 고래이고, 자가용이 없어도 되는 고래입니다. 훈장이라든지 기관총이라든지 파티복이라든지 전투기라든지 없어도 되는 고래예요.

 고래는 바다에서 살아가며 바닷것을 먹고 바다에 똥오줌을 눕니다. 고래처럼 큰 덩치가 바다에 똥오줌을 누며 살지만, 고래 똥오줌 때문에 바다가 더럽혀진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합니다. 고래 못지않게 덩치가 큰 상어가 누는 똥오줌 때문에 바다가 더럽혀진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없어요. 오직, 사람이 누는 똥오줌 때문에 온 들판과 물과 하늘과 흙과 바다가 더러워집니다. 사람이 누리는 물질문명 때문에 온 하늘과 바다가 더러워집니다.


.. “저, 아무래도 고래 선생님은 엄청나게 큰 몸집으로 보나 품격으로 보나, ‘고래 씨’라든가 ‘구지에몬 씨’라고 부르는 것은 어쩐지…….” 고래 선생님이 품격이 대체 뭘까 생각하고 있는데, 펠리컨이 다시 말했습니다 ..  (14쪽)


 이야기책 《나는 고래곶에 사는 고래라고 합니다》는 고래들이 벌이는 ‘올림픽’을 보여줍니다. 물뿜기를 겨루고, 다른 바닷짐승이 펼치는 놀이를 보여줍니다. 치고 받으며 다투기보다는 어깨동무하면서 사이좋게 어울리는 삶을 보여줍니다. 보드라운 이야기요, 따사로운 이야기입니다.

 다만, 책을 덮기까지 두 군데 말고 더 밑줄을 긋지 못합니다. 새삼스레 들여다보거나 가만히 되짚을 만한 대목이 보이지 않습니다.

 나쁘거나 얄궂은 이야기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만 한 이야기책까지 굳이 한국땅에서 책으로 내놓아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한국땅에서 한국 삶터를 돌아보면서 한국 아이들한테 살가이 이야기꽃을 피울 만한 마음그릇이 있는 한국 글쟁이는 없을까 궁금합니다.

 파랗디파란 하늘을 가없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수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면 좋겠습니다. 파랗고파란 바다를 끝없이 아끼는 넋으로 조촐히 이야기마당을 열 수 있으면 고맙겠습니다. 더 작게 생각하고, 더 작게 바라보며, 더 작게 살아갈 때에 한결 애틋하면서 살가운 이야기꿈을 펼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4344.5.1.해.ㅎㄲㅅㄱ)


― 나는 고래곶에 사는 고래라고 합니다 (이와사 메구미 글,다카바타케 준 그림,황부겸 옮김,푸른길 펴냄,2004.7.1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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