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은 우스우니까


 집안일을 도맡지만, 이 한 가지조차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집안일 말고 집밖일을 도맡는다. 올해에는 손바닥만 한 참말 작은 텃밭을 알뜰살뜰 일굴 꿈을 꾼다. 여기에 내 일을 해 보고 싶어 글쓰기와 사진찍기를 한다. 이러는 동안 아이는 뒷전이 되며 심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하고 틈틈이 함께 놀거나 아이하고 이곳저곳을 다니거나 한다.

 완다 가그 님이 쓰고 그린 《집안일이 뭐가 힘들어!》라는 그림책을 보면서 한동안 속이 후련했다. 그렇지만 이 그림책은 그다지 사랑받지 못할 뿐 아니라, 이 그림책을 찬찬히 읽으며 집안일을 함께 맡으며 즐긴다거나 널리 헤아릴 만한 ‘한국 남자’는 얼마나 될까 잘 모르겠다. 내 둘레에서 마주하는 ‘한국 남자’ 가운데 집안일을 안 우습게 바라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한국 남자 가운데 스스로 집일을 맡거나 즐기면서 ‘집안일을 하는 보람과 기쁨과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글로든 그림으로든 만화로든 사진으로든 춤으로든 영화로든 연극으로든 보여주는 사람을 만나기 대단히 힘들다. 그렇다고 한국 여자 가운데 스스로 집일을 맡거나 즐기면서 ‘집안일을 하는 웃음꽃과 이야기꽃과 삶꽃’을 글로나 그림으로나 만화로나 사진으로나 담아내는 사람을 만나기 또한 참 힘들다.

 집 바깥에서 일하거나 돌아다니면서 글·그림·사진 들을 이루거나 펼치는 사람들은 집안일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집안일을 할 겨를이 없이 집 바깥일로 몹시 바쁠 테니까. 언제나 집 바깥일에 둘러싸인 채 살아갈 테니, 집안일 이야기를 어디에서든 펼치지 않겠지. 그래도, 배우 김성녀 님이 쓴 손뜨개 이야기는 퍽 놀랐다. 배우로 일하면서도 손뜨개를 하며 즐겁다고 느끼니까.

 집안일은 날마다 되풀이하면서 늘 끝나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 생기며, 안 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데다가 더 쌓이니까, 집안일을 맡는 사람은 등허리가 휜다. 아니, 집 바깥으로 살짝 돌아다닐 엄두를 내기 힘들다. 집안에만 있는다 하더라도 집안일을 매조지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래, 나는 참말 우습다 이야기하는 집안일을 하느라 책방마실조차 제대로 못하는데다가 책읽기마저 거의 못하고, 더더구나 집안일을 한답시고 복닥이지만 집안일조차 옳게 건사하지 못한다. 나는 바보이다. (4344.4.2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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