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4.25.
: 자전거수레에서 잠든 아이
- 거의 새벽부터 일어나서 낮잠 없이 놀던 아이하고 하루 내내 부대끼자니 기운이 다 빠진다. 아이 또한 기운이 다 빠졌겠지. 그래도 아이는 졸음을 꾹꾹 참으면서 논다. 마치 오늘이 제 마지막날이라도 되는 듯 논다. 눈이 벌개서 졸린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가 참 안쓰럽다. 어쩌면, 아이는 ‘나를 더 신나게 놀게 해서 아예 곯아떨어지도록 해야 하지 않아?’ 하고 묻는 듯하다. 아이를 안고 자전거마실을 하자고 생각한다. 봄날이지만 바람이 꽤 불어 쌀쌀하기 때문에 멀리까지는 못 간다. 그저 마을 어귀 보리밥집까지만 달리기로 한다.
- 아버지가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본 아이는 어느새 콩콩 뛰면서 “아버지, 나도 같이 가요!” 하고 소리친다. 아이가 서두른다. 아이 어머니가 아이한테 서두르지 말라고, 옷 챙겨 입고 양말 신으라고 이른다. 아이는 혼자서 잘 신는 양말을 영 못 신는다. 졸린데다가 마음이 바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아이 양말을 한 짝씩 천천히 신긴다. 웃옷을 단단히 입힌다. 볼을 토닥토닥 하면서 “자, 이제 가 볼까.” 하고 말한다.
- 도서관에서 수레와 자전거를 꺼낸다. 마당에서 뚜껑을 연다. 아이를 번쩍 안아 자리를 잡고 안전띠를 맨다. 이불을 잘 덮고 여민다. 아이는 싱글벙글 웃지만, 웃음에는 졸음 기운이 고스란히 묻는다.
- 이제 자전거를 몬다. 이웃 논둑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길에서 아이는 소리소리 높이며 노래를 부른다. “아버지! 달려요?” “응, 자전거 타고 달리지.” 삐삐 노래를 부르고 이 노래 저 노래를 마음껏 부른다. 시골자락에서 노래하는 아이를 수레에 태운 자전거가 논둑길을 지나고 마을길을 지나 큰길로 접어든다.
- 보리밥집에 닿아 반찬을 조금 얻고 아이 과자를 두어 점 산다. 보리밥집 아주머니가 아이한테 바나나를 하나 떼어 준다. 아이는 방글방글 웃으면서 좋아한다. 인사를 꾸벅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는 한손에 바나나를 쥔 채 수레에 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는 퍽 조용하다. 슬금슬금 뒤를 본다. 아이 눈이 살며시 감길락 말락 한다. 이제 드디어 주무시는구나. 자전거를 천천히 달린다. 봄바람을 살랑살랑 맞으면서 천천히 달린다. 집 앞에 이를 무렵에는 아예 자전거에서 내려 천천히 끈다. 이제 막 잠들었으니까 조금 깊이 잠들 때까지 지켜볼까.
- 집에 다 왔다. 아이를 살며시 안아 방으로 들어가도 아이는 안 깬다. 바나나 쥔 손에서 힘이 풀려 바나나가 톡 떨어진다. 아이를 바닥에 눕힌다. 이불을 덮는다. 깨지 않는다. 한두 시간 자면 일어나겠지 하고 생각하며 저녁에 아이가 일어나면 무엇을 먹일까 생각하며 국을 끓인다. 그렇지만 아이는 깨지 않는다. 저녁 내내 그저 곯아떨어진다. 이러다가 새벽 한 시에 깬다. 오줌이 마렵다며 새벽 한 시에 깨어난 아이는 다시 잠들지 않는다. 새벽 두 시 무렵, 아이 어머니가 일어나서 아이한테 밥을 차려 준다. 새벽 한 시에 깨어 새벽 두 시에 밥을 먹는 아이라니, 참. 아이도 아이 어머니도 아이 아버지도 밤새 잠을 거의 못 자거나 제대로 못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