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치우기


 아침 아홉 시부터 저녁 여덟 시까지 집안을 치운다. 오늘은 빨래줄을 마당에 새로 걸어 이불을 볕바라기 시킨다. 둘째한테 쓸 새 기저귀 넉 장을 오늘도 삶았고, 옆지기 속옷 석 장도 삶았다. 물을 걱정없이 쓸 수 있다 보니, 바지런히 걸레를 빨아 방바닥이나 옷장 뒤쪽이나 신나게 훔친다. 새 냉장고를 들이면서 예전 냉장고 있던 바닥자리 엉겨붙은 먼지와 머리카락을 샅샅이 닦는다. 큰방 바닥에 잔뜩 쌓기만 하던 책을 모조리 치운다. 집안을 치우면서 밥물을 안친다. 반찬을 무얼 해서 아이와 옆지기를 먹일까 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터에, 옆지기가 모처럼 사라다를 마련한다. 밥하고 사라다로 아침이자 낮밥을 먹는다. 설거지를 마친 뒤 문간에 쌓인 짐을 치우다가 쌀푸대에 담긴 감자를 본다. 감자가 이렇게 집안 한켠에서 조용히 썩을 뻔했구나. 잊고 지내느라 못 먹은 감자였으나, 우리 집은 시골집이기 때문에 싹이 잘 난 감자들은 좋은 씨감자 노릇을 한다. 장마당에서 씨감자를 사자면, 이만 한 푸대에 담긴 씨감자를 십만 원쯤 했겠지. 텃밭에 신나게 골을 내어 감자를 묻는다. 석 골을 묻기 앞서, 마당에 볕바라기 시킨 이불을 두들겨 먼지를 떨고는 방으로 들인다. 바람이 몹시 세게 불고 볕이 구름에 자꾸 가려서 더 말리지 않아도 될 듯하다. 감자를 더 묻을까 하다가, 오늘 빨래도 있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간다. 아이 옷과 옆지기 옷을 빤다. 아이 이불 한 점을 빤다. 냉장고 들어선 부엌 살림을 갈무리하면서 곰팡이 핀 벽을 닦는다. 아이는 어머니하고 피아노를 치다가 영화를 보다가 칭얼칭얼 짜증만 부리다가 겨우 잠이 든다. 졸릴 때에 진작에 낮잠 잤으면 얼마나 좋았겠니. 이제 슬슬 저녁 먹을 때가 된 듯하며 하루 일을 마무리지으려고 몸을 씻는다. 몸을 씻으면서, 빨래하고 씻는 조그마한 방 벽과 천장을 닦는다. 사이사이 쉰 때를 헤아리면 오늘은 여덟 시간 집안 치우기를 한 셈인데, 여덟 시간 집안을 치웠어도 다 치우지 못했다. 그동안 제대로 안 치우고 제대로 살림을 건사하지 않았으니, 하루 여덟 시간을 들인들 모조리 추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은 잠자리에 들면 그대로 곯아떨어질 듯하다. 아이는 한 시간 남짓 자고 일어나더니 어머니 곁에서 붓에 물감을 묻히며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4344.4.2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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