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 머리카락


 밥을 먹던 아이가 어느 만큼 배가 부른지 놀려고 한다. 놀려고 하면서 아버지 등을 올라탄다. 밥먹는 사람 등에 올라타면 안 된다고 옆지기가 나무라지만 아이는 싱긋빙긋 웃으면서 아이 머리까지 붙잡고 더 기어오른다. 몇 차례 더 나무라는 소리를 듣고는 내려온다. 밥을 다 먹고 밥상을 치운다.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하는데 옆지기가 뒤에서 내 머리카락에 밥풀이 잔뜩 붙었다고 말한다. 나는 머리카락이 어떤지 저떤지 돌아볼 겨를이 없다. 얼른 설거지를 마치고 기저귀삶이를 해야 한다. 오늘은 텃밭에 골을 내어 씨앗을 심어야 한다. 아침에 아이가 일어난 때부터 밥물 안치고 쑥 뜯고 국 끓여 밥 차리고 하면서, 이렇게 보내느라 쉴 겨를뿐 아니라 뭐 다른 일을 할 틈이 없다. 날마다 집안을 쓸고 닦아야 먼지가 적은 줄은 알지만, 좀처럼 날마다 쓸고 닦지를 못한다.

 설거지를 마치고 이것저것 집일을 더 하다가 머리카락을 묶어야겠다 싶어 왼손으로 추스르다가 비로소 끈적한 뭔가가 뭉친 줄을 깨닫는다. 머리카락에 물을 묻혀 비비다가 그냥 머리카락을 북 잡아뜯는다. 언제 하나씩 물을 묻혀 떼어내겠나. 머리카락을 잘라서 떼어야지. 아이가 등을 타고 놀며 날마다 얼마나 많은 머리카락이 뜯기는지 모른다. 아이는 알까? 알 수 없겠지. 내가 아이였을 때는 어떠했을까. 나는 내 어머니와 아버지 머리카락을 얼마나 뜯어먹으며 컸을까. (4344.4.22.쇠.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