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붙임딱지와 책읽기


 언제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와 내내 복닥이면서 집일을 하다 보면 한낮에 겨우 숨을 돌리는 즈음 쓰러지기 마련. 이무렵에 아이가 함께 낮잠을 자 준다면 더없이 고맙지만, 아이는 졸리면서도 낮잠을 꾸욱 참으며 뗑깡 부리며 놀기 마련.

 큰방 바닥에 털푸덕 쓰러지면서 “이제 이렇게 쓰러질 테니까, 벼리는 더 놀고 싶으면 혼자서 더 놀아.” 하고 말한다. 아이는 살며시 다가와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내 발 뒤꿈치를 쓰다듬으며 “아파? 아야 해?” 하고 묻는다. 발 뒤꿈치를 다친 적 없는데 뭔가 하고 고개를 빼꼼 들고 바라본다. 아, 내 발 뒤꿈치에 굳은살이 잔뜩 배겨 딱딱하니까 아픈 줄 아는가 보다. 하기는, 맨발에 고무신만 신으며 살아가니까 내 발은 온통 굳은살투성이일 테지.

 아이는 어디론가 쪼르르 갔다가 다시 쪼르르 와서는 제 놀잇감 넣은 다용도장 벽에 붙인 붙임딱지를 몇 떼어 내 발 뒤꿈치에 붙인다. “가만 있어 봐. 붙여 줄게.” 응, 아이야, 고거 붙인다고 안 아야거든?

 날이면 날마다 신나게 뛰놀다가 자빠져서 무릎이 깨지는 아이. 웬만하면 깨진 그대로 두지만, 깨진 데가 자꾸 또 깨지면 하는 수 없이 약을 바른 다음 밴드를 붙인다. 아이는 밴드 붙이기를 하면 ‘안 아야’라고 여기며, 제 놀잇감인 붙임딱지를 내 발에다 붙여 주려는 뜻이다. 옆지기가 “벼리야, 그렇게 붙이면 어떻게 걷니?” 하고 말하지만, 들은 척 만 척. 나는 발 뒤꿈치에 붙은 붙임딱지 때문에 그냥 더 드러눕고 쉬기로 한다. 아이는 혼자서 재잘재잘 종알종알 하면서 논다. 모처럼 이십 분쯤 느긋하게 드러누워 책을 읽었다. (4344.4.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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