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책읽기


 돈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합니다. 아이키우기가 되든 배움이 되든 책읽기가 되든 사랑이 되든, 돈을 갖고 움직일 때에는 어느 한 가지도 안 합니다. 왜냐하면, 돈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있기에 책을 사거나 빌려서 읽지는 않습니다. 돈이 있으니 책을 읽을 겨를이 넉넉하지는 않습니다. 돈이 없기에 책을 못 사거나 못 빌리거나 못 읽지는 않습니다. 돈이 없으니 책을 읽을 겨를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돈이 있으면서 마음이 함께 있을 때에는 참으로 즐겁다 싶은 나날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돈이 없으면서 마음이 나란히 없을 때에는 더없이 괴롭다 싶은 나날에 허덕일는지 모르리라 생각합니다.

 돈이 없으나 마음이 있을 때에는, 책을 살 수 없다지만 빌리거나 얻어서 책을 읽습니다. 때로는 종이책 아닌 사람책을 읽고 자연책을 읽으며 삶책을 읽습니다. 사랑책을 펼치고 믿음책을 나누면서 일책과 놀이책을 어깨동무합니다.

 돈이 있으나 마음이 없기 때문에, 책을 사더라도 책알맹이를 꾸밈없이 받아안거나 받아먹지 못합니다. 책은 돈으로 읽지 않을 뿐더러, 이름값이나 권력으로도 읽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책은 지식으로도 읽지 못합니다. 책은 계급이나 신분으로도 읽지 못합니다. 책은 오로지 착하거나 참답거나 고운 매무새 하나로 읽을 뿐입니다.

 마음이 있을 때에 읽는 책이 됩니다. 마음이 없을 때에는 그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책이 됩니다.

 물건으로서 책을 손에 쥘 수야 있겠지요. 노리개처럼 사람을 돈으로 부릴 수야 있겠지요. 돈이 많으니 넓디넓은 땅을 홀로 차지할 수 있겠지요. 돈이 많으니 아무 집안일을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집이 으리으리하겠지요.

 내 마음은 나 스스로 일굽니다. 내 생각은 나 스스로 가다듬습니다. 내 말은 나 스스로 돌봅니다. 내 사랑은 나 스스로 가꿉니다. 내 믿음은 나 스스로 보듬습니다. 내 책은 나 스스로 읽을 뿐 아니라 내 책은 나 스스로 쓰고 엮습니다. (4344.4.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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