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49] 봄꽃

 봄에 피어 봄꽃을 시골자락에서 쉬나무 꽃으로 처음 마주합니다. 도시에서 살던 지난날에는 개나리를 보며 봄꽃을 처음 느꼈으나, 멧자락 시골집에서는 쉬나무 꽃이 맨 먼저 우리들을 반깁니다. 텃밭에 거름을 내려고 풀을 뽑고 흙을 갈아엎다 보니 아주 조그마한 풀에 곧 맺히려는 풀잎 빛깔 작은 꽃망울이 보입니다. 이 꽃망울이 활짝 터지면 풀빛 꽃이 조그맣게 흐드러지려나요. 사람 눈으로는 아주 작다 싶지만, 개미한테는 무척 함초롬한 꽃이 되겠지요. 봄날이기에 봄꽃을 봅니다. 멧자락 집이기에 멧꽃입니다. 시골마을인 터라 시골꽃입니다. 도시에서는 도시꽃이었고, 도시에서도 골목동네였기에 골목꽃이자 동네꽃이었습니다. 시골마을 들판에서는 들꽃이며, 도시자락 길바닥에서는 길꽃입니다. 종이로 만들면 종이꽃일 테고, 나무에는 나무꽃이요, 풀은 풀꽃입니다. 사람들 마음에는 마음꽃이 필까요. 사람들이 사랑을 나눈다면 사랑꽃이 흐드러질까요. 사람들이 서로를 믿거나 아끼면 믿음꽃이 소담스러울 수 있나요. 그렇지만 요즈음 도시내기들로서는 돈꽃과 이름꽃과 힘꽃에 자꾸 끄달릴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참꽃과 삶꽃과 말꽃과 꿈꽃을 사랑하면서 일꽃과 놀이꽃과 아이꽃과 살림꽃과 글꽃과 그림꽃을 피우기란 힘든 나날입니다. (4344.4.1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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