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사진 이야기] 10. 부산 대영서점 2010.9.11.
어느 헌책방에 찾아가서 책을 고르고 나서 사진을 찍든, 헌책방 일꾼더러 사진으로 곱게 찍혀 주십사 하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따로 모델 사진을 찍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애써 헌책방 일꾼 얼굴이 드러나도록 사진을 찍어야 ‘헌책방 사진’이 이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헌책방 일꾼 아무개가 손질하거나 만진 책인 줄을 알아야 어느 책 하나를 더 알차게 읽을 수 있지 않습니다. 그저 고마운 책 하나라고 느낄 수 있으면 됩니다. 아주 드물게 헌책방 일꾼 모습을 두 눈으로 서로 마주보면서 사진으로 담습니다. “사진 한 장 찍어서 보내 주면 좋겠다” 하는 말씀을 들을 때면 이처럼 찍습니다. 여느 때 여느 모습을 여느 사진으로 찍을 때에는 퍽 홀가분한데, 다소곳하게 앉아 다소곳한 모습을 다소곳한 매무새로 사진으로 찍자면 진땀이 흐릅니다. 이러면서도 헌책방 일꾼 두 눈과 얼굴을 사진기로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어 고맙기도 합니다. 언제나 책 앞에서 바르게 살아온 얼굴입니다. (4344.4.6.물.ㅎㄲㅅㄱ)
- 2010.9.11. 부산 보수동 대영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