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과 살림살이와 집식구


 문을 닫는 헌책방 한 곳 이야기를 글로 남긴다. 내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이 헌책방이 조용히 문을 닫는 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이야기를 하지 않을 테니까, 고단한 몸과 마음을 일으키면서 밤을 새워 글을 적바림한다.

 시골집에서 살림을 잘 꾸리지 못하는 내 삶을 돌이킨다. 나는 책하고만 살아갈 목숨인가. 나는 책하고 떨어진 채 살 수 없는 목숨인가.

 헌책방 한 곳 아픈 발자국을 돌아보는 데에 마음을 쓰는 만큼, 내 보금자리 살림살이 예쁘게 건사하는 데에 마음을 쓸 수 있는지, 아니 제대로 쓰기는 하는지, 옳게 쓰려 한 적이 몇 차례쯤 될는지 되씹는다.

 집일과 집살림은 틀림없이 다르다. 책을 사는 일과 책을 아끼는 일은 매우 다르다. 책방마실을 자주 하거나 책방 이야기를 글로 쓴대서 책사랑이나 책방사랑이 되지 않는다. 살림 이야기는 아주 다르다.

 나는 이제껏 집일만 했지, 집살림은 하지 않았다. 집살림을 하지 않은 까닭이라면 집살림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집일만 생각하고 집일을 할 뿐, 살림을 어떻게 해야 내 몸과 식구들 몸이 튼튼할 수 있는지 곱씹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가슴에 응어리가 크게 지는 나머지 쉬 잠들지 못한다. 문을 닫는 헌책방 이야기가 가슴에 쿡쿡 파고들어 아프고, 내 시골집 보금자리를 사랑스러운 옆지기하고 어여삐 돌보지 못하면서 제대로 못 느낀 채 여태껏 살아온 내 나날이 아프다. 나는 내 바깥일대로 헌책방 사람들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며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내 안일대로 보금자리 살림살이를 돌아보며 쓰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삶과 말은 하나이고 삶과 사진은 하나이며 삶과 책은 하나이든, 삶과 살림은 하나이다. (4344.3.3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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