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책읽기


 아이는 하루하루 새롭게 자랍니다. 아이는 하루하루 새말을 익힙니다. 아이는 하루하루 새로운 몸짓으로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아이를 보살피는 몫을 맡는 어버이는 하루하루 나이를 먹습니다. 어버이는 날마다 새롭게 밥을 차리고 새롭게 빨래를 합니다. 아이하고 보내는 나날이 하루하루 늘면서 아이가 어떤 느낌·생각·마음인가를 눈빛이나 낯빛으로 차근차근 알아챕니다. 아이가 품는 모든 느낌·생각·마음을 낱낱이 알아챈다고는 여기지 않으나 나날이 하나하나 받아들입니다. 새근새근 잠든 맡에서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는가를 느끼고, 밥을 먹고 나서 배부르다며 먼저 일어나서 노래하며 노는 모양을 보며 얼마나 즐거워 하는지를 헤아립니다.

 아이는 똑같은 그림책을 무릎에 얹고 펼치더라도 날마다 새로 읽는 책입니다. 어제는 어제대로 어제까지 살아온 넋에 따라 책을 들여다보고, 오늘은 오늘대로 오늘까지 살아온 얼에 발맞추어 책장을 넘깁니다. 어버이는 똑같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펼치더라도 날마다 새로 앉혀 날마다 새로 읽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는 날마다 조금씩 크고 아이는 나날이 조금씩 말수가 늘어납니다. 아이는 어제와 달리 오늘 더 많은 이야기를 그림책 하나에서 끄집을 줄 알고, 아이는 오늘까지 살아온 바탕으로 하루를 새로 자고 다시 맞이할 때에는 또다른 이야기를 길어올릴 줄 알겠지요.

 아이는 이제 혼자서 창문도 잘 열고, 창턱에 두 다리를 꼿꼿이 버티고 서서는 차츰차츰 푸른빛으로 물드는 멧기슭을 바라봅니다. 멧새 소리를 듣고, 도랑에 흐르는 물소리 졸졸졸 맞아들입니다. 햇볕이 방으로 스며듭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따사로운 날씨입니다. (4344.3.3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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