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46] 손잡기

 아이하고 빨래하러 가는 길입니다. 아버지는 빨래를 하고, 아이는 신나게 뛰어놉니다. 아이하고 빨래를 하러 간다기보다 아버지는 빨래를 하러 가고, 아이는 놀러 갑니다. 아이하고 집에서 길을 나설 때에 아이는 아버지를 보며 “손!” 하고 외칩니다. 손 하나를 저한테 내놓으라는 뜻입니다. 아버지는 두 손에 빨래짐과 설거지거리를 가득 들었으니 내줄 손이 없습니다. 새끼손가락 하나를 펼쳐서 달랑달랑 흔듭니다. 아이는 새끼손가락 하나로도 넉넉합니다. 아이 조그마한 손은 아버지 새끼손가락 하나를 잡아도 걱정없습니다. 멧자락 멧길을 아이하고 손을 잡으며 천천히 걸어 오릅니다. 웃마을 집에서 돌보는 짐승우리 둘레에 까마귀가 내려앉습니다. 짐승한테 주는 밥을 얻어먹으려는가 봅니다. 아이도 고개를 들어 까마귀를 바라봅니다. “까마귀야.” “까막이?” “응, 까마귀.” 새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멧길을 거닐며 아침바람을 쐽니다. 아이는 새소리를 듣고 까마귀 까만 빛깔을 바라보며 차츰 밝으며 파란 빛깔 짙게 물드는 시골하늘을 느끼겠지요. 여기에, 아버지하고 손잡고 걷는 오늘 이 길을 마음으로 받아안을 테고요. 무럭무럭 자라면 아버지하고 어깨동무도 해 줄까요. (4344.3.27.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