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책읽기


 아프니까 쓰러지고, 지치니까 드러눕는다. 아프니까 쉬고 싶다. 지치니까 눈을 감고 싶다.

 아픈 몸을 일으킨다. 아픈 몸으로 생각한다. 아, 내가 이렇게 아프면 집일은 어떻게 하나. 집살림까지 바라지 못하더라도 아프면 어쩌나.

 아픈 몸을 일으켜 움직이니 어지럽다. 그런데 이렇게 아픈 채 몇 시간 힘겨이 움직이고 보니 어느새 아팠던 곳이 사라진다. 잊었을까. 아픔을 잊었을까.

 지치니까 드러눕는다. 드러누운 몸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자빠진 채 있으면 집안일은 누가 하나. 일어난다. 온몸에서 두두둑 소리가 난다. 끄응 하면서 집일을 붙잡는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나 애 어머니 허리나 허벅지나 다리를 주무른다. 지쳐 드러누웠을 때에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는데, 용하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며 주무를 수 있다.

 아파서 아무것 못할 수 있다. 참말 많이 아픈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마음은 하고 싶어도 몸이 따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아플 때에는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아픈 몸을 어찌저찌 움직이고 보면, 내 몸이 참 대단히 고맙게도 잘 움직여 준다. 빠릿빠릿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어느 만큼 집일을 할 수 있도록 움직여 준다.

 사람 몸뚱이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 기계이더라도 사랑을 실으면 따뜻해질 수 있을까.

 그래, 아프니까 더 잘 살아가려고 꿈을 꾼다. 아프니까 아픈 몸으로 책을 펼친다. 힘드니까 더 웃고 싶어서 빙그레 얼굴꽃을 피운다. 힘들기에 힘든 몸으로 책을 한 쪽이라도 읽는다. (4344.3.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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