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43] 맑은터
태어나서 자란 고향을 떠나 열 몇 해쯤 다른 곳에서 지내다가 고향으로 돌아갔을 때 여러모로 놀랐습니다. 그동안 거의 바뀌지 않은 골목동네 모습을 보면서도 놀랐으나, 도무지 알아볼 수 없도록 바뀐 학교이름을 보면서도 놀랐습니다. ‘정보산업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바뀐 학교는 예전부터 이 이름이 아니었는데 어느덧 이런 이름이 되었습니다. ‘비즈니스고등학교’라는 데는 아마 인천에만 있는가 하며 놀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나라 곳곳에 이런 이름으로 바뀐 학교가 수두룩한 줄을 깨닫습니다. 아무래도 영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지구별인 만큼 학교이름을 ‘푸른배움터’라든지 ‘푸른학교’로조차 붙이지 않을 테니까 어쩔 수 없는 셈이겠지요. 학교라는 데는 머리에 지식을 가득 집어넣거나 시험점수 잘 치르도록 내모는 곳이 아니었는데, 우리 나라만큼은 아이와 어른 모두 삶을 느끼며 사랑을 북돋우는 맑은 터전이 못 됩니다. 생각해 보면 “배우는 터”가 학교라기보다 “맑은 삶터”가 학교여야 올바를 테고, ‘배움터’로 풀어쓰기보다 ‘맑은터’로 새 이름을 붙여야 알맞지 않으랴 싶습니다. 그런데 인천에는 어느 ‘공업고등학교’가 올해부터 ‘유비쿼터스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꾸는군요. (4344.3.17.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