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말(인터넷말) 48] 신간 이벤트

 ‘신간(新刊)’은 우리 말이 아닙니다. 새로 나온 책을 가리키는 우리 말은 ‘새책’입니다. 그러나, 우리 말 ‘새책’은 국어사전에 안 실립니다. ‘새책’을 일컫는 한자말 ‘신간’만 국어사전에 실립니다. 오늘날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영어 ‘이벤트(event)’는 영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흔히 쓰는 낱말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다 알 만하며 흔히 쓴다 해서 모든 영어를 우리 말처럼 삼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벤트’ 또한 국어사전에 버젓이 실립니다. 우리 말로는 ‘잔치’이고, 한자말로는 ‘行事’이며, 영어로는 ‘event’입니다. 한글로 ‘행사’나 ‘이벤트’로 적는다 해서 우리 말이 되지 않습니다. ‘business’를 한글로 ‘비즈니스’라 적는다 해서 우리 말이 될 수 없어요. 거꾸로, 우리 말 ‘잔치’나 ‘사람’을 알파벳 ‘janchi’나 ‘saram’이라 적는다 해서 이 낱말이 영어로 될 턱이 없습니다. 곧, ‘신간 이벤트’는 중국말과 영어를 뒤섞은 엉터리말입니다. 우리가 옳고 바르게 살아간다면 도무지 쓸 수 없는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조금도 옳거나 바르게 살아가지 못합니다. 옳은 삶보다는 돈 되는 삶을 생각하고, 바른 삶보다는 겉치레 삶에 기울어집니다. 어쩌는 수 없이 엉터리말 ‘신간 이벤트’를 말할밖에 없습니다. ‘새책 잔치’를 말하는 책방이나 출판사나 독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4344.3.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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