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쥐 열네 마리


 지난 한 해 쥐를 열네 마리쯤 잡지 않았나 싶다. 참 지겹도록 자주 잡았다. 그러나 훨씬 많이 잡은 사람이 있을 테고, 쥐잡이를 지겹게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

 잡히는 쥐는 목숨을 잃는다. 잡은 쥐는 끈끈이를 접어 바깥에 내놓으면 밤새 추위에 얼어죽는다. 때로는 다른 멧짐승이 내려와서 끈끈이에 잡힌 쥐를 파먹었다. 어떤 멧짐승이기에 끈끈이 종이까지 갉으면서 잡힌 쥐를 파먹었을까.

 쥐를 잡을 때마다 성호를 긋는다. 너희도 보금자리를 잘못 찾아 이렇게 숨을 거둔다고 말한다. 너희들은 이 사람집이 아니어도 멧자락에 신나게 굴을 파서 잘 살았을 텐데 예까지 올 까닭이 무어냐고 묻는다. 그러나, 멧자락에도 사람 손길과 발길이 깊이 뻗쳐드니까 조그마한 멧쥐마저 이리로 찾아들밖에 없는지 모른다.

 열세 마리쯤 멧쥐를 잡은 뒤로는 다른 쥐는 거의 안 잡힌다. 두 달쯤 지나 비로소 한 마리 잡히는데 아주 조그맣다. 이 한 마리가 잡힌 뒤로 다른 멧쥐는 벽에서 갈갈갈 긁거나 갉는 소리만 내지, 두 번 다시 안 잡힌다. 이제 따사로운 봄이 찾아온다 할 텐데, 이 쥐들은 앞으로도 내처 우리 집 벽에서 살아가려 할 셈일까. 이렇게 답답하고 먹이도 없을 집보다, 보드라운 흙에 굴을 내어 한결 따뜻하면서 살갑게 지내야 저희 멧쥐한테도 좋은 삶이 아닐까.

 멧쥐들아, 너희는 말 그대로 멧쥐인데 이런 보잘것없는 사람집에 머물지 말고, 너르며 시원한 멧자락 보송보송한 흙을 파서 예쁜 굴집을 마련하여 오순도순 살림을 꾸며 주렴. (4344.2.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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