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책읽기


 봄비라 해야 할는지 모르겠지만, 봄맞이 비가 내린다. 지난밤부터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그러나 틀어 놓은 물꼭지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는 나지 않는다. 아침에 뒷간에 다녀오면서 도랑을 들여다보니, 얼음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제법 넘친다. 그러나 도랑에도 얼음이 다 녹지 않는다. 우리 집 물꼭지에도 얼음이 다 녹아 물이 콜콜콜 흐르자면 아직 멀었겠지. 한낮이 되어 빗줄기가 더 굵어지거나 날이 좀 포근해지면 물이 녹을까. 삼월이 되어야 녹을까, 삼월이 되어도 한참 동안 안 녹으려나.

 이 봄맞이 비가 내리는 이월 끝물, 나는 무슨 책을 읽을까 생각하다가, 《초원의 집》 둘째 권하고 《엉클 톰스 캐빈》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초원의 집》 아홉 권을 얼른 끝낼 수 있지만, 다 읽으면 너무 서운해서 한 해에 한 권씩만 읽을까 싶기도 하고, 여섯 달에 한 권을 읽을까 싶기도 하다. 《엉클 톰스 캐빈》은 을유문화사에서 1973년에 옮긴 판을 헌책방에서 찾아냈다. 옛날 자잘한 세로쓰기 판으로도 500쪽 가까운데, 《엉클 톰스 캐빈》이든 《톰 아저씨 오두막》이든 알뜰히 옮긴 ‘요즈음 나오는 책’은 하나도 없다. 더구나 스토우 아줌마가 쓴 다른 문학은 한글판으로는 거의 찾을 길이 없다.

 어느덧 아침이 밝았고, 아이도 일어난다. 이제는 셈틀을 끄고 아침밥을 차려야겠네. 오늘은 봄동을 넣은 봄맞이 떡볶이를 해 볼까. (4344.2.27.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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