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2.15.
 : 장갑을 안 끼어도 되다



- 날이 풀린다. 이제부터는 자전거를 탈 때에 장갑을 안 끼어도 된다. 장갑을 안 끼어도 손이 얼지 않는다. 그러나, 또 모르는 일인 만큼 장갑을 챙겨 낀다. 아무리 폭한 날이 되었달지라도 자전거를 달릴 때에는 겉옷을 한 벌 더 입고 장갑도 끼어야지.

- 그동안 아주 꽁꽁 얼어붙은 날씨였고, 아버지는 집살림 하느라 고단해서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못 태웠다. 집 물이 얼었기에 물 뜨고 빨래하러 멧중턱 이오덕학교를 오르내리다 보니까, 좀처럼 짬을 내지 못했다. 이러다가는 아이하고 자전거놀이를 아예 못할 수 있겠구나 싶어, 몸이 더 고단하거나 지치더라도 자전거를 태우고 놀아야겠다고 생각한다.

- 아이는 함께 놀아 주는 어른들이 반갑다. 잘 놀아 주는 언니나 오빠들이 반갑다. 아이 어버이라면 아이가 잘 먹고 잘 입으며 잘 자도록 돈을 벌어야 하기도 할 테지만, 무엇보다 함께 놀고 심부름을 요모조모 시키면서 착하고 참다우며 고운 몸가짐을 다스리도록 이끌어야지 싶다. 집에 자가용이 있어 어디이든 휭휭 내달리는 일이라 해서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웬만한 곳은 자전거에 수레를 달아 아이랑 함께 자전거마실을 한다면 훨씬 즐거우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자전거수레를 여러 해 쓰다가, 나중에 아이가 훌쩍 자라면 앞뒤로 나란히 타는 자전거를 몰 수 있고, 아이가 더 자라면 따로 자전거를 타도록 이끌면서 함께 길을 달릴 수 있겠지. 자전거를 타는 어버이여야 아이도 자전거를 타지, 자전거를 타지 않는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자전거 타기를 이끌 수 없다. 환경사랑이나 기름 걱정 때문에 타는 자전거가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 움직이면 즐겁고 기쁘며 아름답다고 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으니 타는 자전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마을 어귀 보리밥집에 닿는다. 아빠 몫으로 보리술 한 병을 산다. 아이와 아이 엄마 몫으로 얼음과자를 하나씩 산다. 통밀건빵이랑 달걀을 산다.

- 거의 스무 날 만에 아이를 자전거를 태웠다. 날이 춥기도 했다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레에 앉아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아이를 흘깃흘깃 뒤돌아보면서 참 미안하다고 느낀다. 아이는 추운 날이어도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니까, 아버지 스스로 더 기운을 내고 더 마음을 써서 함께 자전거마실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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