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과 책읽기
차디찬 물로 빨래를 하는 동안, 손끝과 손가락과 손등과 손바닥 모두 꽁꽁 얼어붙는다. 덜덜 떨리는 손을 팔뚝이며 볼에 대며 녹인다. 얼얼한 손으로 비비고 헹구다 보면 저절로 끙끙 소리가 터져나온다. 겨우 마친 빨래하고 물통을 들고 집으로 내려오면 내 손이 내 손 아닌 듯하다. 그러나 젖은 빨래를 착착 펴서 빨랫대에 넌다. 부들부들 떨면서 빨래를 널고 몇 가지 집일을 하고 나면 손이 차츰차츰 녹으면서 찌릿찌릿 아프다. 쩡 하고 골이 울린다. 흑흑 속으로 흐느낀다. 입에서는 아이고 소리 새어나온다. 한 시간쯤 지나 비로소 손이 풀리지만, 손톱 둘레는 욱씬욱씬 쑤신다. 꾹꾹 누른다. 왼손으로 오른손 손톱을, 오른손으로 왼손 손톱을 주무른다. 아아, 한숨이 나오고 한 시간쯤 더 있은 뒤에야 바야흐로 몸이 풀리, 이제는 책을 손에 쥘 만하다. (4344.2.16.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