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게 누워서 잔다


 반듯하게 누워서 잔다. 몸을 옆으로 돌리지 못한다. 그대로 쭉 뻗어서 잔다. 누운 동안 내 몸은 방바닥에 찰싹 달라붙는다. 옆으로 살짝 돌려 모로 눕고도 싶으나, 이렇게 누우면 하나도 개운하지 않다. 그저 등바닥과 발과 손 모두 방바닥에 척 대고 누울 뿐이다. 몸이 무거울 뿐더러 찌뿌둥해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렇지만 잠결에 아이가 끄응 소리를 내면 ‘아하, 오줌을 누었나 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부시시 일어난다. 아이 기저귀에 손을 댄다. 폭삭 젖었다. 바지까지 젖었다. 기저귀를 풀고 바지를 벗긴다. 새 기저귀로 잠지 둘레를 톡톡 치며 오줌 기운을 닦는다. 새 기저귀를 댈 때에는 한 번 뒤집어서 댄다. 바지를 입힌다. 이불을 씌운다. 그러고 다시 눕는다. 언제나처럼 새벽 일찍 깬다. 새벽이라기보다 깊은 밤에 깬다. 두어 시나 서너 시를 새벽이라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일어날 때에는 또 벌떡 일어난다. 잠자리에 드러누울 때에는 어쩜 이리도 죽은 듯이 자더니, 일어날 때에는 말짱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해가 기울어 깜깜한 시골자락 밤이 다시 찾아들면, 나는 마치 흙으로 돌아갈 사람처럼 꼼짝없이 뻗고야 만다.

 내가 반듯하게 살아가서 반듯하게 누워서 잠들지는 않는다. 하루하루 이 일 저 일에 치이면서 그저 모두를 잊고 잠들 뿐이다. 어쩌면, 아이를 돌보다가, 옆지기를 건사하다가, 나 스스로 나 하고픈 일을 한다고 하다가, 이렇게 어느 날 소리 없이 말끔하게 흙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 마지막 꿈은 집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어, 내 주검을 나한테 밥을 내어준 흙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일이다. 꼭 무덤을 쓴다기보다 집 둘레 오래된 감나무 곁에 묻어 감나무가 더 싱그럽게 기운을 받아 새 감알을 소담스레 낼 수 있도록 거름이 되고 싶다. 내가 우리 시골집 감나무 곁에서 거름이 된다면, 내 아이는 감알을 더 맛나게 즐길 수 있겠지. (4344.2.1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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