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삯과 책값


 도시에서 살던 때에는 달삯을 치르느라 주머니가 텅텅 비었다. 그래도 사야 할 책은 꼬박꼬박 사면서 살았다. 어떻게 달삯 다 치르고 옆지기 밥 먹이며 책까지 살 수 있었나 용하기만 하다. 돌이켜보면 살림돈 바닥나 갤갤대던 때마다 생각하지 않던 곳에서 도움돈을 받았고, 정 힘들 때에는 형한테서 살림돈을 얻기도 했다. 내 둘레 사람들은 우리 식구가 좋은 책을 가까이하면서 좋은 책이 널리 사랑받도록 힘쓰는 일을 한결같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둘레 사람들 힘과 사랑과 손길을 받으면서 살림을 꾸리고, 책을 읽는다.

 시골에서 살면서 달삯을 치르지 않으나 주머니가 가득하지는 않다. 그러니 시골에서 산달지라도 책을 마음껏 사들일 수는 없다. 다만, 주머니가 비지도 차지도 않는 살림이기는 하나, 사야 할 책이 있을 때에는 여러 날 조용히 지낸 다음 덜컥 지르듯이 장만한다. 곰곰이 살피면 살림돈 없기야 어디에서나 매한가지인데, 우리 식구가 시골집에서 집삯 안 내며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분이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면서 살림을 꾸리다가는 읽고 싶거나 도서관에 갖추고픈 책이 있으면 마음껏 사들인다.

 좋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이끈다. 좋은 사람들 손길은 크거나 많거나 대단하지는 않으나, 좋은 책 하나 스러지지 않을 만큼 알맞으면서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4344.2.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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