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책읽기


 독재 때에도 목숨을 걸고 책을 읽지만, 민주 때에도 목숨을 걸고 책을 읽어야 한다. 식민지 때에도 목숨을 걸며 책을 읽지만, 평화 때에도 목숨을 걸며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사람은 내 목숨을 건다. 책을 읽기에 목숨을 고스란히 바친다. 목숨값을 하지 않는 책이라면 읽을 까닭이 없다. 목숨값이 있기에 책을 고이 손에 쥔다.

 책을 쓰는 사람은 글 한 줄을 쓰더라도 제 목숨을 담는다. 제 목숨을 남김없이 바치지 않는다면 가짓말꾼이거나 거짓말쟁이라고 느낀다. 제 목숨을 송두리째 쏟지 않고서야 책 하나 가뜬히 태어나지 않으며 거뜬히 꽃피우지 못한다.

 책이란, 책을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목숨을 바친다. 목숨을 고이 담아 책으로 일군다.

 누군가는 재미삼아 읽는다 하고 누군가는 말미를 때우려고 읽는다 하더라도, 책을 쓰거나 읽는 사람은 목숨을 걸기 마련이다. 아니, 목숨을 걸밖에 없다.

 하루이든 한 시간이든 한 분이든 온통 보배로운 목숨이다. 밥 한 그릇이든 밥 한 술이든 밥알 하나이든 몽땅 소담스러운 목숨이다. 책읽기가 왜 목숨읽기가 아니겠는가. 책쓰기가 왜 목숨쓰기가 아니겠는가. 재미삼아 읽든 말미 때우기로 읽든, 제 목숨을 들이지 않고서야 읽을 수 없다.

 그냥 흘려보내도 좋을 하루란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마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을 수 있는데, 마냥 바라보며 하루를 아무렇게나 흘려보내는 셈이 아니다. 마냥 바라보며 하루를 오롯이 즐긴다. 하루를 고이 쏟으면서 마냥 바라볼 만큼 좋으며 사랑스럽다.

 모든 글에는 글쓴이 피와 땀과 품이 깃든다. 잘 쓴 글이든 잘못 쓴 글이든, 빛나는 글이든 뚱딴지 글이든, 올바른 글이든 엉터리 글이든, 어떠한 글에도 글쓴이 뼈와 살과 꿈이 배어든다. 이러한 글을 읽는 사람도 피와 땀과 품이든 뼈와 살과 꿈이든 바치기 마련이다. 참말로 하루하루 아름다우며 몹시 거룩한데, 이 아름다우며 거룩한 하루하루 내 손에 쥘 책이란 어떤 책이 되어야 하고, 어떤 매무새로 읽어야 할까.

 아이들은 아주 조그맣다 싶은 놀이를 하더라도 온마음 쏟아 땀 뻘뻘 흘린다. 우리 어른들은 아주 어설프다 싶은 책을 읽더라도 온사랑 바쳐 알뜰살뜰 읽어 낼 줄 알아야 한다. (4344.2.1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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