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와 책읽기


 예나 이제나 이 땅 한국에서는 미군부대가 도사립니다. 미군부대는 이 땅에 오래오래 도사리면서 미군부대 도서관에 있던 책을 뭉텅뭉텅 뱉어 냅니다. 지구별 미군부대 도사린 곳마다 미군부대 도서관은 저희 책을 뭉텅뭉텅 뱉습니다. 지구별 미군부대마다 도서관은 아주 훌륭하며 알차게 가꿉니다. 그런데 이들 미군부대 도서관은 퍽 묵은 책들을 아낌없이 뱉습니다. 책이 나빠서 뱉지 않습니다. 책이 좋기에 일부러 뱉습니다. 지구별 미군부대 도사린 나라마다 ‘미국땅 문화와 사회와 정치와 교육과 학술과 과학과 예술’을 속속들이 퍼뜨리려는 생각으로 미국에서 큰돈과 뭇땀으로 일군 훌륭하거나 멋지거나 아름다운 책을 누구나 아주 적은 돈으로 사서 읽거나 간직할 수 있게끔 꾸준하게 뱉습니다.

 미군부대 병사들은 지구별 어디에서 총을 들거나 헬기를 몰거나 전차를 굴리든, 더없이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책을 읽습니다. 책은 책대로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마주하고, 영화이든 노래이든 춤이든 연극이든 …… 참으로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삶을 다룬 작품을 마주하거나 스스로 선보입니다.

 좋은 책만 읽을 수 있으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괜찮다 할 만할까 궁금합니다. 과학자로서 돈이나 연구실 걱정이 없다면, 어디에서 어떤 과학 연구를 하든 괜찮다 여길 만한지 궁금합니다요. 좋은 터전에서 학문을 느긋이 파고들 수 있기에, 대학교 재단이 어떠한 짓을 하든 괜찮다 생각할 만한가 궁금합니다. 나라살림 꽤 치솟아 굶어죽는 사람 없다 하는 이 나라이니까 그닥 걱정할 일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군부대는 예나 이제나 ‘불온도서’라 하는 이름으로 책을 뭇칼질합니다. 이런 이름으로 책을 뭇칼질하지 않더라도 군대에 들일 수 있는 책은 몇 가지밖에 안 됩니다. 삶을 밝히거나 사람 삶을 파헤치는 책은 군대에 들이지 못합니다. 내 머리를 가다듬고 내 마음을 갈고닦는 책은 군대에 갖추지 못합니다. 남녀가 사랑만 속삭이다 끝나는 소설책이랑 빨간잡지랑 스포츠신문이랑 조선일보랑 국방일보랑 샘터랑 좋은생각이랑 들이는 군대입니다.

 좋다 하는 책을 읽히는 미군부대이든, 궂다 하는 책만 읽을 수 있는 한국부대이든, 군부대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라 할 만한지 알쏭달쏭합니다. 아니, 군부대는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는지 아리송합니다. (4344.2.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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