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4] 어른

 어린 날 제 꿈은 어른이 되기였습니다. 몸집이 커지고 나이가 늘어난 어른이 아닌, 어린이 앞에서 슬기롭고 똑똑하며 올바르고 아름다운 가운데 참되고 착한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 둘레 어른이 못났다거나 엉터리라든가 어설펐다든가 짓궂었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다만 이분들 가운데 어린 나한테 어른다운 매무새로 하루하루를 알차고 아름다이 가꾸는 분으로 누구를 손꼽을 수 있을는지 몰랐습니다. 제 둘레뿐 아니라 우리 터전을 두루 돌아볼 때에도 어른다운 어른을 찾기란 아주 힘들었습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제 둘레에 좋은 어른이 곳곳에 조용히 보금자리를 틀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한 권 두 권 읽는 책이 늘며 제 먼발치에서 몹시 힘내고 땀흘리는 당차고 씩씩한 어른이 꽤 있음을 알아냅니다. 그러나 제가 꿈꾸던 어른은 아직 만나지 못합니다. 제가 꿈꾸던 어른이란 없을는지 모릅니다. 저 스스로 제가 꿈꾸던 어른으로 살아내어 우리 아이를 비롯하여 이 땅 아이들 앞에서 어른이라는 사람은 왜 ‘어린이’도 ‘늙은이’도 ‘젊은이’도 아닌 ‘어른’이라는 이름인가를 살갗으로 느끼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4343.6.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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