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편집자들이여
출판사 편집자들이여, 다른 출판사에서 낸 좋은 책을 꾸준히 살펴보고 알아보며 기쁜 마음으로 제값을 주고 부지런히 사서 읽자. 그래야 내가 만드는 책을 더 알뜰히, 훌륭히 엮을 수 있다. 내가 만드는 책을 교정하고 교열 보고 원고를 살피느라 바쁜 줄 누가 모르랴. 일터에서도 밤늦게까지 있고, 일 마친 뒤 작가들과 술자리도 함께 할 테며, 집에 오면 온갖 집안일이 산더미 같고, 밥해 먹기도 귀찮을 뿐 아니라 힘이 들 텐데, 이리하여 집에 오면 잠자기 바쁠 텐데, 그래도 잠자기 앞서 책 한 줄이라도 읽자. 아니면 우리들은 그냥 ‘시계바늘처럼 왔다갔다 회사를 오가는 월급쟁이’일 뿐 아니겠는가? 내 삶이나 생각이나 모두 똑같이 되풀이되는 기계처럼 되어 버린다면, 우리가 만드는 책도 마찬가지가 된다. 우리 스스로 없는 시간을 쪼개어 조금 더 배우고 책을 읽으며 부지런히 살면서 옳고 바른 생각을 품고 일하면, 이 마음을 고스란히 우리가 만드는 책에 담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책읽는이를 믿을 수 있고, 우리가 애써 만든 책 하나를 찬찬히 찾아보고 살펴서 기꺼이 읽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틀림없이 있다고 다시 한 번 믿을 수 있다. 힘들고 지쳐서 괴롭다 하더라도 책을 읽자. 다른 사람보고 책을 읽으라 말하지 말고 우리들, 출판사 편집자들이 먼저 읽자. 출판사끼리 거저로 책을 주고받지 말고, 우리 돈을 내고 책을 사서 읽자. 달마다 받는 월급으로 술만 사 마시지 말고, 담배만 사 피우지 말고 책을 사서 읽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서로서로 살아날 수 있다. (4338.3.22.불.처음 씀/4344.1.22.흙.말투 손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