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미안해


 아이가 저녁 일곱 시에 잠들었다. 아이는 저녁 아홉 시 이십 분쯤 깼다. 아빠가 아이 옆에서 함께 잠들었다면, 아이는 저녁 아홉 시 이십 분 즈음에 이래저래 칭얼대다가 옆에서 함께 잠든 아빠를 보면서 걱정없이 즐거이 잠을 이었겠지. 그러나, 아빠는 아이가 잠들었다면서 ‘그래, 이제부터 아빠도 글 좀 쓰고 책 좀 읽자고!’ 하는 생각으로 큰방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었기 때문에, 아이는 그만 잘 자다가 깨고 만다. 잘 자다가 깼기 때문에 여느 때하고 견줄 수 없이 짜증이 더한 몸짓으로 아빠를 힘들게 한다.

 아빠는 참 힘들다. 그러나, 아빠가 힘들다고 느끼는 만큼, 또는 아빠가 힘들다고 느끼는 만큼보다 더욱, 아이 네가 힘들겠지. 미안하구나. 네가 새근새근 잠들기는 했으나, 네 곁에 엄마가 함께 잠들었다면 네가 살짝 깼다 하더라도 다시 고이 잠들 수 있었겠지. 네 곁에 엄마랑 아빠 둘 다 없으니, 살짝 깼을 때 이렇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울면서 칭얼댈밖에 없겠지.

 그깟 글조각이 얼마나 대수롭거나 대단하다고, 아빠가 이 글조각 붙잡는다며 너를 제대로 재우지 않으면서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너 먹이고 아빠랑 엄마 먹자면서 글을 쓰는데, 아빠야말로 얼마나 벌어먹으려고 이렇게 글조각을 붙잡는지 모르겠구나. 아빠는 이렇게 글조각을 붙잡을지라도 우리 세 식구, 곧 네 식구가 될 우리 살림살이를 보듬기에도 꽤나 빠듯한데.

 그래도, 이렇게 네가 깨 주었으니, 아까 네 코를 솜막대로 살살 파면서 코딱지를 떼어낼 때 잠드는 바람에 네 이를 닦아 주지 못했는데, 이참에 네 이를 닦아 주면 되겠구나. (4344.1.2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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