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도서관


 내 집이 곧 도서관이다. 내가 읽어 내 집에 갖춘 책이 바로 도서관이다. 나는 내 집에 갖춘 책을 새로 읽고 다시 읽으며 거듭 읽는다. 내 아이는 내 집에 갖춘 내 책을 보면서 자라고 크며 생각한다. 내 아이는 제 어버이가 갖춘 책을 좋아해서 이 집 이 도서관 울타리에서 무럭무럭 클 수 있는 한편, 나중에 제 도서관과 제 집을 따로 마련하여 새로운 집과 도서관을 일굴 수 있겠지. 이 조그마한 집 도서관으로도 얼마든지 흐뭇할 만하고, 이 조그마한 집 도서관은 너무 초라하거나 모자랄 수 있다. 어떻든, 이 집 도서관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기쁘게 즐기면 넉넉하다. 집 도서관이 초라하대서 집 도서관에 갖춘 책이 덜 떨어지거나 못날 까닭이 없다. 집 도서관에 갖춘 책이 몇 안 된대서 이 책들이 읽을 값어치가 없을 수 없다. 내 집 도서관에서는 나부터 내 집 도서관을 사랑하며 책을 갖추고, 나중에 내가 이 집 도서관을 떠나 흙으로 돌아가면, 내 아이가 집 도서관을 물려받아서 ‘내 아이로서는 제 어버이가 살던 때가 아니면 살 수 없던 책’을 살필 수 있다. 어버이 된 사람으로서는 어버이로서 살아가며 책을 살 때에는 언제나 ‘나는 흔히 보는 책’이지만 ‘아이는 나중에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책’을 사서 읽는다고 느껴야 한다. 나부터 내가 오늘 읽을 책이면서 내가 먼 뒷날 흙으로 돌아가기 앞서 새삼스레 돌아볼 만한 책을 내 집 도서관에 갖추어야 한다. (4344.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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