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31] 이야기
사람들이 아무 데에서나 부질없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일을 보면 무척 슬픕니다. 사람들이 쉽게 말하지 않고 어렵게 한자말로 껍데기를 뒤집어쓰거나, 고운 우리 말글은 젖히고 일본 한자말이나 중국 한자말을 즐기는 모습을 보아도 몹시 서글픕니다. 누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착하면서 곱고 참다이 말을 섞기가 힘든 나날입니다. 나는 책을 읽지만 나보고 ‘책읽기’ 아닌 ‘讀書’를 여쭙는 사람이 너무 많고, 나는 사진을 찍으나 나한테 ‘사진’ 아닌 ‘photo’를 들먹이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며칠 뒤, 서울마실을 하면서 서울시립미술관에 마련된 자리에서 사진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이 자리에서 나를 부른 사람들은 나보고 ‘토크’를 한다고 말합니다. 말문이 턱 막혀 차마 이 사람들이 어설피 외는 ‘talk’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는지 모르겠고, 이 사람들 말투를 바로잡아 줄 수 있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왜 이야기를 하자고 못하는가요. 왜 수다를 떨자고 못하는가요. 왜 생각을 나누자고 못하나요. 왜 말꽃을 피우자고 못하나요. 왜 마음을 주고받자고 못할까요. 왜 이야기보따리를 풀지 못할까요. (4344.1.5.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