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맞는 마음


 새눈이 내립니다. 문을 열고 내다 봅니다. 마당에 어느새 새눈이 소복소복 쌓였습니다. 밤 한 시입니다. 아이는 곱게 잠들지 않습니다. 그예 울기만 합니다. 힘들어서 그러는지, 고단해서 그러는지, 심심해서 그러는지, 더 놀고파 그러는지 좀처럼 예쁘게 잠들지 못합니다. 새근새근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어찌해야 좋을까요. 스물아홉 달째 함께 살아가는 아이랑 꽤 자주 부대끼는 일이지만, 부대낄 때마다 슬프고 안쓰럽습니다. 악을 쓰지 말고 억지를 부리지 말며 어여삐 잠들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 지나치려나요.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살며시 안습니다. 낮나절 아이를 안고 읍내를 다녀오느라, 저녁나절 빨래를 하느라, 더구나 아빠는 낮잠을 못 잔 몸이라, 아이를 안으면서 끄응 소리가 납니다.

 아이한테 밤눈 내리는 바깥 모습을 보여줍니다. 달도 자고 별도 자는 이 깊은 밤에 온누리 온통 하얀 빛깔인데 홀로 이렇게 깨어 울면 어떡하니 하고 이야기를 합니다. 아빠도 속으로는 얘가 참 울음을 못 그치는구나 싶어 밉살맞네 하고 여겼습니다만,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을 고칩니다. 나 또한 내 아이만 한 나이였을 때에 어떠했고, 또 내가 바로 이 자리에서 아이라 할 때에 어떠할까 돌아보면, 아이를 다그칠 수 없습니다.

 품에 안긴 아이는 울먹울먹하다가 찬찬히 머리를 파묻습니다. 머리를 파묻은 아이를 서서 안다가 자리에 눕습니다. 아이가 잠들 때까지 서서 안고 싶으나, 팔과 허리가 받쳐 주지 않습니다. 배에 올려놓다가 팔베개를 하고, 한참 소근소근 달래니 비로소 눈을 깜빡깜빡 하다가는 고이 잠듭니다.

 어머니는 두 아이를 어떤 마음으로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놀리고 가르치고 보듬으며 살아오셨을까요. (4343.12.2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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