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글쓰기


 아침밥을 차리면서 김치를 옮겨 담는다. 옆지기 어머님이 마련해 주신 김치가 담긴 큰 통에서 밥자리에서 쓰는 작은 통으로 옮긴다. 바깥에 내놓는 김치는 꽁꽁 얼어붙는다. 가위로 폭 찍어서 옮긴다. 열무김치는 한손으로 하나씩 집어 먹기 좋도록 자른다. 이 김치나 저 김치나 꽁꽁 얼어붙었기에 김치를 쥐는 한손 또한 얼어붙는다. 세 가지 김치를 통 하나에 1/3씩 나누어 담는다. 김치를 옮겨 담는 내내 얼은 손가락은 꽤 오래도록 녹지 않는다. 얼어붙는 겨우내 먹는 김치는 얼어붙는 채 겨울을 함께 나는 셈일까. 김치를 쥐기만 해도 손이 얼어붙는다면 겨울 동안 김치를 담글 수 없겠지. 미리미리 김치를 비롯한 다른 먹을거리를 알뜰히 마련해 놓아야 할 테지.

 소복소복 쌓인 눈을 빗자루로 쓴다. 눈을 쓰는 동안 손가락은 다시 얼어붙는다. 군대에서는 겨울이면 하루 몇 시간씩 눈을 쓸었는데, 그때에도 손가락은 꽁꽁 얼어붙었다. 그무렵 그 겨울을 어떻게 보냈으려나. 앞으로 또 눈이 오면 또 눈을 쓸면서 또 손가락이 얼어붙겠지. 나는 바보처럼 손가락 얼어붙으면서 살아간다. (4343.12.2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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