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는 빨래 새로


 하루 사이에 얼었다가 다시 녹은 물꼭지가 밤새 또 얼다. 물을 살짝 틀어 놓았는데 더 틀었어야 하나 보다. 지난밤에도 몹시 추웠는가 보다. 밤새 한두 차례 깨어나서 물꼭지를 틀어 보았다면 얼지 않았을 텐데, 이제는 아이도 밤에 기저귀 갈 일이 한 번이나 두 번뿐이다 보니 밤에 일어나서 물꼭지를 틀 생각을 못하기도 하고, 몸이 무거워 못 일어나기도 한다. 아침부터 물을 끓여 붓고 전기난로를 켜 놓았으나 좀처럼 안 녹는다. 낮이 되어 날씨가 조금이나마 따뜻해지면 풀리려나. 아침밥을 안친다. 곧 찌개를 끓일 생각이다. 아이는 아빠 옆에서 이 놀이 저 놀이 요 쫑알 조 쫑알 하면서 논다. 오늘 아이를 씻기려 했는데 이래서야 씻길 수 있겠는가. 히유, 다시 한숨을 쉰다. 겨우내 시골살이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애 아빠는 참말 살림꾼이란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이제부터 몇 시간 동안 밥 마무리하고 밥 먹이고 물 녹이려 더 바둥거리고 아이하고 놀고 책 읽히고 그림그리기 하다가는 꼴딱 날이 저물겠지. 그나마 어젯밤에 아이 두꺼운 겉옷을 빨고 몇 가지 밀린 빨래를 했으니 한숨을 돌린다. (4343.12.25.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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