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빨래 끝


 뜨신물 나오는 꼭지가 얼다. 개수대에서 물을 받아 고단하게 빨래를 한다. 씻는방 큰 대야로 물을 퍼 옮기며 빨래를 한참 하니 끝마칠 무렵 드디어 물이 녹다. 밀린 빨래도 끝이로구나 하고 생각하며, 어제 해 놓아 다 마른 빨래를 걷는다. 새로 한 빨래를 넌다. 걷은 빨래를 갠다. 그런데 아이가 입은 옷이나 엄마가 입은 옷도 머잖아 빨아야 하니까, 모조리 새로 밀리는 빨래이다. 이들 밀린 빨래를 마치면 이듬날 또 새로운 빨래가 쌓이겠지. 밥하고 밥 차리고 밥 먹이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빨래 걷고 널고 개고 겨우 한숨 돌리며 아이한테 흰종이 하나 내어주며 그림을 그리도록 해 놓는다. 아빠는 아이 곁에서 책 뒤쪽 안종이에 글을 끄적인다. 셈틀을 켜고 글을 쓰고프지만, 셈틀을 켜면 아이는 아빠 품에 안긴다느니 등에 올라탄다느니 할 테지. 어느새 열한 시가 넘고 열두 시가 되네. 새벽 여섯 시 조금 지나 일어난 아이는 낮잠 좀 안 자 주려나. (4343.12.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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