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29] 무지개아파트

 자전거를 타고 읍내 장마당을 찾아가서 먹을거리를 잔뜩 장만한 다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왼편으로 지나가는 자동차를 살피다가 문득 읍내 아파트 한 곳을 올려다봅니다. 아파트 이름은 ‘무지개아파트’입니다. 시골 읍내에 선 아파트라 서울 한복판에 서는 아파트들마냥 갖가지 영어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참 예쁜 이름을 붙였구나 싶고, 이십 층이든 삼십 층이든 하는 아파트들도 이와 같이 이름을 붙이면 한결 나으리라 싶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길을 오르며 생각합니다. 무지개아파트도 좋고 흰구름아파트도 좋으며 실개천아파트도 좋습니다. 솜구름아파트라든지 소나기아파트라든지 사마귀아파트도 좋습니다. 그런데, 다른 보금자리가 아닌 아파트한테 이러한 이름을 붙일 때에 참말로 어울릴까 하고 생각하니 어쩐지 아니다 싶습니다. 고갯마루에서 자전거를 멈춥니다. 가방 무게에 눌려 안장이 조금 낮아졌다고 느껴 안장을 삼 밀리미터쯤 올립니다. 내리막을 신나게 달리며 춥지만 시원하다고 느낍니다. 시골 읍내 아파트이니까 무지개아파트란 이름을 붙일 만하지만, 시골 읍내 아파트라도 그냥 영어로 이름을 붙여야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아파트이니까요. 아파트라서요. (4343.12.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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