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는 책과 사람과


 나는 오늘날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하고는 달리 살아간다. 그래서 내가 읽는 책은 오늘날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이 읽는 책하고 다르다. 내가 사귀거나 만나는 사람 또한 오늘날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이 사귀거나 만나는 사람하고 사뭇 다르다.

 삶이 다르니 넋이 다르다. 삶이 다르기에 쓰는 말이 다르다. 삶이 다른 만큼 찾아서 읽는 책이 다르고, 삶이 다른 터라 읽어서 아로새기거나 곰삭이는 이야기가 다르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달리 살아가며 다 달리 말을 하고 다 달리 책을 읽고 다 달리 사랑을 하며 다 달리 책을 읽는다. 이 다 다른 사람들은 몇 가지 잘 팔린다는 책을 읽으며 삶을 살찌울 수 없다. 그렇지만 이 다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다 다른 줄을 까맣게 잊는다. 저마다 다 다른 사람들인데 저마다 다 다른 사람들인 줄 생각조차 못하고 만다.

 몇 가지 책들이 수십 수백만 권 팔리는 모습을 보면 몹시 슬프다. 수천 수만 가지 책이 골고루 사랑받지 못할 때에 이 나라 앞날은 새까맣게 어둡기만 하다. 새로 나오는 책은 애써 광고를 할 까닭이 없어야 하고, 광고 하는 데에 돈을 써서는 안 된다. 책을 써내는 사람한테 알맞게 글삯이 돌아가야 하고, 책값은 가난한 사람 누구나 사 읽을 만큼 알맞게 붙여야 하며, 도서관마다 새로 나오는 책을 도서관 빛깔에 따라 골고루 갖추어야 한다. 출판사는 새로운 책을 꾀하는 데에 돈을 써야지, 몇 가지 책을 수십 수백만 권 팔아치우는 일에 돈을 써서는 안 된다.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달리 살아가며 다 달리 사랑하고 믿으며 나누는 나날을 일굴 때에 아름답다.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달리 읽은 책을 다 다른 느낌으로 나누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때에 아름답다.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아이를 낳아 다 다른 목숨을 빛내며 돌볼 때에 아름답다.

 나는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하고, 발을 움직이며 다니기를 좋아한다. 나는 내 손을 써서 일을 하고 싶고, 내 발을 움직이며 걷거나 마실을 하고 싶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삶결대로 책을 찾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삶무늬대로 글을 써서 책을 내놓는다.

 2004년 6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책방에 넣는 책 아홉 가지에, 1인잡지로 내놓는 책 열 가지에, 책방에 넣지 않는 비매품 책 네 가지를 만들었다. 2011년에는 몇 가지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새해에는 열 권쯤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꾼다. 아이가 일어났다. 아이가 깨기 앞서 밥물을 올렸다. 이제 슬슬 밥이 익겠구나. 집식구 먹을 아침을 차려야겠다. (4343.12.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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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ferry 2010-12-22 13:05   좋아요 0 | URL
다 다르게 생긴 모양새 만큼 생각하는 것도 다른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데, 저 또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대할 때 그럴 수도 있지...겉으로만 그런 체 하고 속으로는 존중하지 아니하며 발끈하는 나날 속에 중생의 삶을 삽니다.정말 마음으로 다름을 인정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쉽지 않은 수행입니다.^-^;

숲노래 2010-12-22 16:46   좋아요 0 | URL
저라고 이런 글을 쓰면서 '내가 잘났다'고 느끼지 않아요. 그때그때 내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내가 옳고 착하게 잘 걸어가는가를 헤아려 봅니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아름다운 내 삶이자 길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하루도 즐겁게 내 모자라거나 아쉬운 대목을 예쁘게 쓰다듬어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