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 읽는 즐거움 ㉦ 사진책 선물하기
 ― 좋은 벗님이기에 좋은 사진책 하나를



 헌책방에서 사진책 한 권을 25만 원을 치르며 산다면 깜짝 놀랄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25만 원이든 15만 원이든 5만 원이든, 사진책다우면서 사진하고 책이 아름다울 때에는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느낌을 쉬 잊습니다. 사진하고 책이 어우러진 이 사진책 하나를 장만하는 데에 든 돈은 언제든지 다시 벌 수 있다고 느끼며 기꺼이 장만합니다. 두 번 다시 마주하기 힘들다 싶은 사진책 한 권을 헌책방에서 25만 원을 치러 장만하는 일은 하나도 놀랍다거나 대단하다고 할 만하지 않습니다.

 고작 2500원을 주고 장만하는 사진책 하나라지만, 앞으로 헌책방에서고 도서관에서고 찾아볼 수 없는 책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느 책이든 두 번 다시 마주하기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값이 좀 싸다 싶은 책이라서 자주 만난다거나, 값이 좀 비싸다 싶은 책이라서 가끔 만나지 않아요. 저마다 사람들이 얼마나 잘 알아볼 수 있느냐에 따라 자주 보느냐 가끔 보느냐가 갈립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 사진이랑 책이랑 어느 만큼 아끼거나 사랑하느냐에 따라 내 눈길과 마음길로 찾아드는 사진책이 달라집니다.

 돈이 아주 많다고 모든 ‘좋다는 사진책’을 다 장만할 수는 없습니다. 돈이 얼마 없다고 웬만큼 ‘괜찮다는 사진책’ 하나 장만하기 벅찰 수는 없습니다. 돈은 있으나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요. 돈은 없으되 마음이 있는 사람 또한 얼마나 많나요.

 돈이 있어 더 값나가는 장비를 갖춘 사람이 더 값나가는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돈이 없어 더 값싼 장비를 쥔 사람이 더 값없는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사진은 삶이요, 사진찍기란 삶찍기이며, 사진읽기란 삶읽기입니다. 내 삶을 사랑하는 만큼 사진을 즐기고, 내 삶을 아끼는 대로 사진을 찍으며, 내 삶을 어루만지는 결에 따라 사진을 읽습니다. 나 스스로 내 삶을 사랑하는 만큼 사진책을 마주합니다. 나 스스로 내 삶을 아끼는 대로 사진책을 장만합니다. 나 스스로 내 삶을 어루만지는 결에 따라 사진책을 선물합니다.

 저는 누구보다 저한테 사진책을 선물합니다. 나 스스로 사진을 한결 잘 읽고 싶어 사진책을 나한테 선물합니다. 우리 옆지기하고 아이랑 사진을 한껏 즐기고 싶기에 사진책을 장만합니다. 좋은 사진은 좋은 마음이 담겼고, 좋은 넋이 넘치며, 좋은 꿈이 빛납니다. 좋은 사진을 일군 사람들은 좋은 마음으로 좋은 삶을 가꿀 뿐더러 좋은 넋으로 좋은 사랑을 나누는 삶이며 좋은 꿈으로 좋은 이야기를 펼치는 삶이에요.

 그림이 그럴듯하다고 해서 모으는 사진이나 책이나 사진책이 아닙니다. 내 삶으로 애틋하게 받아안고 싶어 한 권씩 꾸준하게 장만하는 사진책입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사진으로 어떤 삶을 담아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가 궁금해서 한 권씩 차근차근 사들이는 사진책입니다. 이 사람한테서는 이 눈길에 따라 이 삶을 보고, 저 사람한테서는 저 손길에 따라 저 삶을 만납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른 마음밭을 돌보면서 다 다른 사진기로 다 다른 이야기를 다 다른 사진에 담아 다 다른 책으로 엮습니다. 사진책을 보는 재미는 다 다른 삶에 있습니다.

 좋은 벗을 만날 때면 으레 책을 한두 권 선물하곤 합니다. 만화책도 선물하고 글책도 선물하지만 사진책도 선물합니다. 만화책이라 해서 돈이 더 적게 든다든지, 글책이라서 그렁저렁 알맞춤하다고 느낄 선물이 아닙니다. 만화책을 한꺼번에 여러 권 선물하기도 합니다. 판이 끊어져 사라진 책을 헌책방 책시렁을 뒤져 선물하기도 합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이건 아니건, 사진 하나에 영근 빛나는 보배를 소롯이 오래오래 느껴 주기를 마음속으로 빌면서 사진책을 선물합니다.

 사진책을 선물하면서 책갈피로 쓰라며 사진 한 장 살짝 곁들일 수 있습니다. 또, 이렇게 해 보면 더 즐겁습니다. 선물받는 사람 모습을 찍어 준 사진이든, 우리 집 아이를 담은 사진이든, 골목동네 삶자락이나 헌책방 책시렁을 담은 사진이든, 내가 손수 찍어 종이로 뽑아 놓은 사진 한 장을 슬며시 끼워 넣고 뒤쪽에 짤막히 편지를 적바림해 보곤 합니다.

 아직 몇 번만 해 보았는데, 혼인잔치를 하는 동무나 후배한테 도톰한 사진책 하나 선물하는 일도 꽤 괜찮다고 느낍니다. 남자들이 여자친구한테 으레 꽃다발을 선물한다고들 하는데, 백한 송이 장미이든 몇 송이 장미이든 선물해 보아도 좋을 텐지만, 다달이 사진책 한 권씩 선물해 보는 일도 퍽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즈음처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진찍기를 즐긴다 할 때에는 다달이 십만 원쯤 사진책 선물하는 값으로 써 본다면 꽤 남다를 뿐더러 훨씬 돋보이리라 생각합니다. 여자친구나 남자친구한테뿐 아니라 할머니하고 할아버지한테도 사진책을 선물할 수 있어요. 중학교 다니는 딸한테든 대학생인 아들한테든 얼마든지 사진책을 선물할 만합니다. 생일잔치를 한다거나 학교 입학·졸업 선물로도 사진책은 참 좋은 선물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나라밖으로 다녀오면서 사진책 하나를 선물로 사 올 수 있겠지요. 나라밖으로 볼일을 보러 나가는 길에 한국 사진책을 몇 권 사들고는, 나라밖 벗님한테 선물해 볼 수 있어요.

 그림책과 만화책과 사진책 세 가지는 나라와 겨레를 넘나들면서 살갑고 애틋하게 나눌 수 있는 좋은 징검다리요 이음고리라고 느낍니다. (4343.12.18.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