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 읽는 즐거움 ㉥ 사진삶과 사진앎
 ― 사진을 사랑하여 맞아들이는 길


 사진을 찍고 싶다면 사진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림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노래를 하는 사람이나 춤을 추는 사람이나 똑같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사람이라면 학교와 아이들을 내 삶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리하여 사진쟁이한테는 사진삶입니다.

 사진책을 읽고 싶다든지 사진을 읽어내고 싶다면 사진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다면 아이를 알아야 할 뿐더러 아이 삶과 아이 목숨을 알아야 하고, 아이가 하는 옹알이부터 더듬더듬 하는 말 모두를 알아야 합니다. 남녀가 짝짓기를 한다 해서 낳는 아이가 아닙니다. 남녀가 사랑으로 어우러지면서 즐겁게 만날 때에 비로소 아이를 낳습니다. 이리하여 사진을 좋아하거나 사랑하고픈 분들한테는 사진앎입니다.

 그저 사진책과 사진을 좋아하면서 사진삶을 함께 맞아들일 수 있습니다. 사진쟁이인 한편 사진즐김이로서 사진앎에 한 발 두 발 다가설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거나 사진을 좋아하거나 사진삶과 사진앎을 함께 어우를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다만 가장 좋은 길이라 해서 모두 이 길을 걸어야 하지는 않아요. 저마다 내 주제와 그릇과 깜냥과 슬기와 몸가짐과 살림살이에 맞추어 차근차근 가다듬으면 됩니다.

 사진기를 늘 곁에 둘 뿐 아니라, 뒷간에 똥을 누러 갈 때마저 사진기를 챙기는 사람이 있겠지요. 꼭 사진을 찍으려는 마음이 아니라, 사진기를 내 몸과 같이 여기면서 언제나 어깨에 걸거나 손에 쥐는 사람이 있어요.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는 번개같이 찍되, 구태여 사진기를 안 챙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사진삶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둘 모두 다른 빛깔 다른 내음 다른 소리로 사진을 즐기거나 맞아들인다고 여겨야 옳습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사진기가 다르고, 저마다 살림살이가 다르기 때문에, 누구나 다른 사진기를 씁니다. 대형사진기 쓰는 사람이 있을 테고, 조그마한 사진기 쓰는 사람이 있을 테며, 똑딱이 쓰는 사람이 있겠지요. 사진기를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지기는 하는데, 더 값비싼 사진기를 쓰는 사람이 더 값있는 사진을 얻지 않아요. 더 비싸고 빠른 차를 가졌다 해서 더 빨리 달리지는 않잖아요. 더 값나가는 자전거를 달린다고 해서 자전거 달리기에서 1등을 하지 않아요. 내 사진기를 내가 얼마나 받아들이며 좋아하느냐에 따라 내 사진이 달라져요. 내가 사진책이나 사진을 어떻게 좋아하려는가에 따라 내 눈썰미와 눈길과 눈높이가 거듭나요.

 운동경기에서는 등수를 가리지만, 정작 따지고 보면 등수란 부질없습니다. 문화와 예술을 ‘상품이나 작품으로 사고팔 때’에 돈으로 값을 매기곤 하지만, 숫자란 덧없습니다. 우리가 마음쓸 대목은 ‘내 사진’이냐 아니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냐 아니냐입니다. ‘내 마음을 담은 사진’이냐 아니냐예요. ‘내 삶을 깃들여 놓은 사진’이냐 아니냐입니다.

 사진을 읽을 때에도 ‘내 눈길로 읽은 사진’이냐 아니냐에 마음을 쓸 노릇입니다. ‘내 눈높이를 즐기는 사진’이냐 아니냐에 마음을 기울일 노릇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든 말든 아랑곳할 일이 아닙니다. 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울 만한 사진인가 아닌가를 읽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깎아내리든 말든 돌아볼 일이 아닙니다. 내 눈으로 들여다볼 때에 참말 깎아내릴 만큼 값없거나 어설픈 사진인가 아닌가를 살펴야 해요.

 잘난 사진삶이 없고, 잘난 사진앎이 없습니다. 빈틈없는 사진삶이란 없으며, 빈틈없이 들어맞는 사진앎이란 없습니다. 더 나은 사진삶을 바랄 수도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늘 받아들이며 꾸리는 사진삶 한 가지만 있습니다. 더 깊은 사진앎을 꿈꿀 수조차 없습니다. 꾸밈없이 내 가슴과 마음과 손길과 눈길에 따라 노상 맞아들이며 다독이는 사진앎 한 가지만 있어요.

 사진 한 장으로 사회를 바꾼다는 얘기가 있으나, 사진 한 장으로 사회를 바꿀 일이란 없습니다. 사진 한 장이 사람들 삶으로 스며들 때에 사회를 찬찬히 바로세울 수 있습니다. 사진 한 장을 사람들이 삶으로 아로새기면서 생각과 마음을 갈고닦을 때에 비로소 사회는 제자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글 한 줄과 그림 한 장도 마찬가지이며, 노래 한 가락과 춤 한 자락 또한 매한가지입니다. 혁명을 하는 노래나 책이나 그림이 아닙니다. 혁명을 하는 내 삶을 담는 노래나 책이나 그림이에요. 사진을 하는 삶이라면, 내 삶을 혁명을 하는 삶으로 북돋울 노릇이요, 사진을 읽는 앎이라면, 내 삶을 아름다우며 착하게 가꿀 노릇입니다. (4343.12.1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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