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 읽는 즐거움 ㉤ 사진찍기와 사진읽기
 ― 너그럽고 따스히 살아가는 내 매무새


 사진을 찍으니 사진을 읽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사진을 읽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내 그림을 비롯해서 둘레 그림쟁이들 그림을 즐거이 읽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내가 쓴 글이 실린 책을 읽는 한편, 다른 글쟁이들 글이 담긴 책을 널리 읽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을 읽으며,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읽습니다. 사진을 읽지 않고서는 사진을 찍지 못하고, 그림을 읽지 않고서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며, 글을 읽지 않고는 글을 쓰지 못합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어버이는 내 아이 삶을 읽습니다. 내 아이 삶을 읽고 내 아이 말을 들으며 내 아이 몸짓을 받아들입니다. 사랑을 하는 짝꿍들은 서로서로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톺아보면서 서로서로 다른 삶을 읽습니다. 저마다 다른 삶을 읽는 가운데 저마다 얼마나 애틋하며 살가운가를 읽습니다.

 사진찍기만 해서는 이룰 수 없는 사진입니다. 그림그리기만 해서는 이루지 못하는 그림입니다. 글쓰기만 해서는 이룩하지 못하는 글(책)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만큼은 글쓰기와 아울러 글읽기가 잘 맞닿지 못하곤 합니다. 그림그리기와 맞물려 그림읽기가 살뜰히 어우러지지 못하곤 합니다. 무엇보다 사진찍기와 함께 사진읽기를 즐기는 삶은 너무 적다 할 만합니다.

 사진기를 장만하는 사람만큼 사진잔치를 찾아다니는 한편 사진책을 사들여 읽는 사람이 늘어야 사진문화가 꽃을 피웁니다. 사진찍기를 즐기려고 여러 모임에 몸을 담는다든지 누리사랑방(블로그) 같은 데에 사진을 바지런히 올리기만 해서는 내 사진찍기가 발돋움하지 않습니다. 우리들 사진쟁이나 사진즐김이는 ‘내가 찍은 사진을 함께 나누어요’ 하는 마음과 함께 ‘내가 읽은 사진책을 함께 읽어요’ 하는 매무새일 때에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좋은 사진책이나 좋다 하는 사진책을 찾아서 읽는 일은 훌륭합니다. 내 사진삶을 훌륭하게 가다듬는 일은 퍽 놀랍다 할 만합니다. 그러나 좋은 사진책이라거나 좋다 하는 사진책에 앞서, 그저 사진책을 가까이하며 아낄 줄 알아야 하는 우리 삶이어야 즐겁습니다. 수수한 사진책이든 좀 떨어진다 싶은 사진책이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진책이든 사진도록이든 사진잡지이든, 우리들이 꾸리는 삶을 사진으로 엮어 소록소록 담은 이야기를 마주할 사진책을 쥐어들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비평가나 평론가가 되려고 읽는 사진책이 아닙니다. 비평가나 평론가가 되려고 문학책이나 동화책이나 인문책을 읽는 사람은 없어요. 내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 삶을 한결 아름다이 일구고픈 마음에 문학책이든 동화책이든 인문책이든 읽습니다. 사진책을 읽는 매무새란 사진 하나를 한결 깊이 사랑하는 가운데, 사진 하나로 내 삶과 넋과 말을 어떻게 일구는가를 깨닫고 헤아리며 가다듬습니다. 브레송을 읽어야 사진책을 읽은 셈이 아니고, 강운구를 알아야 사진책을 아는 셈이 아니에요. 동네 이웃 사진첩을 넘기든, 헌책방 책시렁에서 조용히 잠자는 사진책을 돌아보든, 내 눈을 트도록 돕고 내 마음을 열도록 이끌며 내 삶을 일구도록 어깨동무하는 사진책을 마주할 수 있으면 됩니다.

 사진찍기는 사진읽기를 밑바탕으로 삼으며 이루어 갑니다. 사진읽기 또한 사진찍기를 밑틀로 다스리면서 이룩합니다. 내 이웃과 동무들 사진을 너그럽고 따스히 읽는 가운데 내 사진찍기가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내 이웃과 동무들 삶을 너그럽고 따스히 (눈으로든 사진으로든 마음으로든) 담는 가운데 내 사진읽기가 싱그럽고 아리땁게 뿌리를 내립니다.

 쟁이(작가)가 되어야 하는 사진찍기가 아니듯이, 꾼(비평가)이 되려고 하는 사진읽기가 아니에요. 즐거이 찍고 기쁘게 읽습니다. 넉넉히 찍고 따스히 읽습니다. 알차게 찍고 알뜰히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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