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28] 눈밭
시골집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시골아이인 우리 사랑스러운 딸아이 손을 맞잡으며 서울 마실을 나오는 길입니다. 시골버스가 천천히 달리는 시골길까지 눈이 쌓이지는 않으나, 온 시골 멧자락에는 눈이 하얗게 덮입니다. 그리 높지는 않으나 끝없이 이어진 봉우리마다 눈구름이 걸쳤고, 눈구름 걸친 둘레는 마치 딴 나라인 듯한 모습, 아니 그예 눈나라로구나 싶은 모습입니다. 스위스 눈나라도 이런 모습일 테고 일본 맨 위쪽 섬나라 또한 이런 모습이겠지요. 설악산이나 지리산이나 금강산이나 백두산도 매한가지일 모습이 아니랴 생각합니다. 아주 높거나 깊은 멧자락만 눈나라는 아닙니다. 조그마한 멧기슭과 야트막한 멧부리야말로 아기자기하면서 어여쁜 멧길 멧숲 멧터일 수 있겠다고 느낍니다. 아이도 아빠도 시골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눈밭을 바라봅니다. 문득, 서울 마실을 하지 말고 잿고개 이 예쁜 터에서 내려 도로 집으로 눈길을 밟으며 눈밭을 누리며 눈꿈을 꾸면서 천천히 한 발 두 발 씩씩하게 거닐며 온몸이 꽁꽁 얼어붙더라도 호호 입김을 불며 돌아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닿으니 눈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4343.12.9.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