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과 글쓰기
바람이 모질다 느낄 만큼 차갑게 분다. 겨울이니까 그렇겠지. 온통 집에서 밍기적거려야 하는 하루. 아이가 이것저것 들추며 놀다가 옷장 위쪽에 얹은 귤 쟁반에서 귤을 하나씩 끄집어 내어 방바닥에 톡톡 던지며 밟는다. 심심하다며 이 짓을 하고 논다. 귤을 몇 알씩 껍질을 까 놓고 안 먹을 때에는 가만히 봐주었으나, 이 짓은 도무지 봐줄 수 없다. 먹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아이가 귤물로 적신데다가 기름을 쏟은 담요를 마당가 빨래줄에 널어 놓는다. 바닥을 닦던 걸레를 셋 빨아 빨래줄에 함께 넌다. 귤물에다가 기름을 쏟았으니 방바닥은 닦고 또 닦아도 미끌미끌하다. 세차게 부는 바람에 담요가 날려 바닥에 뒹군다. 주워서 탁탁 털고는 빨래줄에 다시 넌다. 바람이 차가와 걸레는 얼어붙는다. 그래도 햇볕 좀 쬐라며 밖에 둔다. 바람소리를 들으며 빨래를 했고 설거지를 했다. 아이한테 어렵사리 밥을 먹였고, 이제는 등허리가 아파 이불을 뒤집어쓰고 눕는다. 아이는 졸리면서 누울 생각을 않고, 더 장난질을 해댄다. 아스라한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는다. 이 겨울 햇살에 시골집에서 무엇을 하며 보내는 하루인가. (4343.12.3.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