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과 글쓰기


 아이는 왜 낮잠을 안 자려 할까. 내가 이 아이만 한 나이였을 때에는 어떠했을까. 나 또한 낮잠을 안 자려 하면서 내 어머니를 힘들게 했을까. 아이는 낮잠을 자지 않으면서 놀기만 하려고 하니까 자꾸 자잘한 잘못을 저지르고, 물건을 여기저기 어지르기만 하며, 이래저래 꾸중을 듣는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퍽 졸렸을 텐데, 이런 몸으로 꿋꿋하게 버티며 더 논다. 이제는 귤을 잔뜩 까면서 논다. 지난주에는 단추 꿰기를 비로소 해낸 뒤에 내내 단추를 꿰었다 끌렀다 하면서 놀더니, 이제는 귤을 혼자 제법 잘 깔 수 있다면서 귤을 열 알 남짓 까서 반으로 갈라 밥상에 엎어 놓는다. 이러더니 마지막에는 아빠한테 와서 무릎에 안긴다. 책상맡 만화책을 하나 끄집어 내고 싶다기에 하나 꺼내어 준다. 아이는 입에 귤 하나 물고 쪽쪽 빨면서 만화책을 넘긴다. 그리 재미없는 만화책을 골라서 넘기더니 고개가 살짝 앞으로 꺾인다. 눈 나빠질라 걱정스러워 아이를 무릎에 앉힌 아빠가 등을 뒤로 눕히려 하다 보니 아이가 눈을 감고 있다. 아, 잠들었구나, 입에 귤을 문 채로. 곧바로 잠자리에 눕히면 자칫 깰 수 있다. 아빠 무릎과 허벅지에 아이를 눕히기로 한다. 이렇게 십 분이나 이십 분쯤 눕히고 방에 들이자고 생각한다. 십 분이 조금 안 지났을 무렵 쏴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오줌을 눈다. 윽, 이런. 그렇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다. 이러다가는 아이가 깰 테니까. 그렇다고 마냥 앉을 수만도 없다. 겨울이라 방바닥에 이불을 깔았으니 이불이 다 젖어 버리잖은가. 아이 옷까지 젖을까 싶어 아이 웃옷을 얼른 걷는다. 오줌은 아빠 바지로 흐르도록 아이를 안는다. 그제 저녁에는 일산에서 옆지기네 아버님과 어머님이 마실을 오셨는데, 이날 아이는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논다면서 오줌 때에도 오줌을 안 누고 놀다가 그만 바지에 쉬를 쌌다. 아이가 오줌을 제대로 가린 지 한 해가 조금 넘었는데, 오줌을 제대로 가린 뒤부터 바지에 오줌을 싼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이가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참으로 좋아 그예 놀기만 하다가 바지에 오줌을 쌌으니 나무랄 수 없다. 그저 아이 오줌바지를 벗기면서 “벼리야, 할머니가 찾아와서 놀아 주니 좋아? 좋지? 그런데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오줌은 제대로 누면서 놀아야지. 오줌을 누는 데에 일 분도 안 걸리잖아. 네가 한 달만 더 지내면 네 살이 되는데, 세 살 벼리가 네 살 벼리가 안 되고 두 살 벼리로 돌아가니?” 하고 타일렀다. 아이는 여느 때에 ‘손가락을 셋 꼽으며 세 살 놀이’를 하는데, 이렇게 타이른 이튿날 갑작스레 손가락을 둘만 꼽으며 ‘두 살 놀이’를 한다. 아빠 말을 알아들었나. 그러나저러나, 두 살 놀이를 하든 세 살 놀이를 하든, 이렇게 하루 만에 다시금 두 살 아이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말야, 아이야, 넌 열네 달 무렵부터 오줌하고 똥을 가렸잖니. 스물여덟 달인 네 나이를 헤아린다면 이렇게 하루 걸러 바지에 오줌을 싸서 어떡하니. 네 엄마는 네가 밥상에 해 놓은 이쁜(?) 짓을 보고는 웃더라. 네 아빠도 네가 밥상에 해 놓은 깜찍한 짓을 보고는 웃었다. 모쪼록 새근새근 달게 잘 자고, 이듬날에 다시금 신나게 일어나 재미나게 놀아 주렴. (4343.11.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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