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0.11.22.
: 정작 추운 사람은 아빠
- 겨울을 앞둔 시골에서 읍내이든 큰길가 보리밥집이든 다녀올 때면, 아이는 수레에 앉아 꼼짝을 않는다. 처음 달릴 때에만 말 몇 마디를 하지, 이내 조용하다. 두 손을 담요나 아빠 겉옷 사이에 넣고 가만히 있는다. 오늘도 보리밥집으로 달걀이랑 아이 까까를 사러 다녀오는 길에 아이는 아무 소리를 않으며 얌전히 있기만 한다. 보리밥집에 닿아 수레에서 내리니 보리밥집 안팎을 신나게 뛰고 달리며 놀던데, 물건을 다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조용하며 얌전하다. 마을길 오르막을 끙끙거리며 오르다가는 논둑길을 달려 집에 닿아 다시 수레에서 내리니 “엄마 엄마” 하고 부르며 집으로 달려 들어간다. 아빠는 수레와 자전거를 도서관 한쪽에 집어넣고 담요와 겉옷을 잘 개 놓은 다음 집으로 들어간다. 아빠가 아이하고 보리밥집에 다녀오는 사이 저녁은 거의 다 되었고, 아이 엄마가 모처럼 마련한 ‘집 된장 볶음 짜장면’을 먹는다. 아빠는 손발을 씻고 밥자리에 함께 앉아 밥을 먹는데, 얼굴이 얼얼하며 슬슬 썰렁하다고 느낀다. 어쩌면 아이는 담요 여러 겹과 아빠 두툼한 겉옷을 포근히 덮으며 제법 따뜻하고, 아빠는 시골길 오르내리막을 달리며 땀을 뻘뻘 흘리지만 외려 더 추운 셈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