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와 글쓰기


 세 해 남짓 비어 있던 산골집에 들어왔더니 이 빈 집에서 쥐가 신나게 놀고 있더라. 이들 쥐를 쫓아내고 사람이 들어와서 지낸다. 한 달쯤 지날 무렵 멧쥐가 한 마리 두 마리 다시 들어와 벽 안쪽을 갉으며 돌아다녔고, 이들 멧쥐를 한 마리씩 끈끈이로 잡았다. 첫 멧쥐는 금세 잡혔으나 둘째 멧쥐는 이곳저곳에 구멍을 파며 쉬 잡히지 않다가 끝내 잡혔다. 그러고 한 달 반쯤 멧쥐는 다시 들어오지 않더니 어느새 또다른 멧쥐가 벽으로 기어든다. 이들 멧쥐는 벽에서 새끼까지 깐 듯하다. 구멍을 다 막았는데 어디로 다니나 싶더니, 예전에 팠던 구멍을 막고 다시 막았는데 그 자리를 또 뚫었다. 제 발로 곱게 나가 주기를 빌지만, 바깥보다 따스하며 아늑할 벽 안쪽을 섣불리 버리지는 못한다고 느낀다. 게다가 벽 안쪽뿐 아니라 집안까지 마실을 다니는 모습을 보고는, 이 집이 사람 집인지 쥐 집인지 알 노릇이 없다. 이번에도 하는 수 없이 끈끈이를 놓는다. 서너 마리쯤 있는 듯한 멧쥐 가운데 한 마리가 금세 잡힌다. 끈끈이 하나를 더 놓는다. 다른 쥐들은 잡히려 하지 않는다. 아마, 한 번 붙잡힌 자리로는 좀처럼 안 나올 테지. 다른 데에 몰래 구멍을 팔는지 모르지. 어젯밤 끈끈이로 잡은 쥐는 땅을 파고 묻어 흙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할는지, 쓰레기봉투에 담아 읍내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4343.11.2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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