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과 글쓰기
아이가 귤을 하나씩 까서 아빠 입에 넣어 먹인다. 겉껍질은 아빠가 벗겨 주었다. 아이는 열 알 즈음 하나로 뭉쳐 있는 귤을 제 작은 손으로 하나씩 깐 다음 제 입으로 쪽쪽 빨다가 더 빨아먹을 수 없을 때에 아빠 입에 넣기도 하고, 그냥 안 빨아먹고 넣기도 한다. 이러다가 어느 때에 뚝 끊긴다. 모로 누워 책을 읽던 아빠는 아이가 왜 뚝 그쳤는지 모른다. 엄마가 옆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본다. 아이는 오른손에 귤을 들고 입에는 귤 한쪽을 문 채 큰베개에 엎드려 곯아떨어졌다. 이른아침부터 일찌감치 깨어나 낮잠 없이 놀더니 저녁을 먹고 이내 곯아떨어졌구나. 곯아떨어진 채 입을 오물오물거리는 아이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살며시 들어 자리에 눕힌다. 기저귀를 채워도 꼼지락거리지 않는다. 아주 깊이 잠들었구나. 한참을 이 모습 그대로 두다가 손에서 귤을 빼내고 입에서 오물거리다가 만 귤을 꺼낸다. 둘 다 아빠가 먹는다. (4343.11.20.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