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7] 남자와 여자

 우리 말은 ‘사내’와 ‘계집’입니다. 그런데 우리 말을 우리 말로 여기는 흐름은 꽤 예전부터 꺾였습니다. ‘사내’라는 낱말을 놓고는 깎아내리는 느낌을 안 받으면서, ‘계집’이라는 낱말을 놓고는 깎아내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계집’이라는 낱말을 섣불리 올리면 인권모독이나 인권침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인천 싸리재길을 늘 지나다니면서 이 거리에 자리한 가구집들 이름이 어떠한가를 따로 들여다본 적이 없습니다. 리바트가구이든 시몬스침대이든 그저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러던 얼마 앞서 ‘레이디가구’라는 이름이 붙은 가구집 옆을 스치다가 ‘레이디’라는 이름을 붙인 가구 회사는 어쩜 이름을 이리 지었을까 싶어 궁금했습니다. 우리 말로는 ‘아가씨’이잖아요. 또는 ‘아씨’나 ‘색시’쯤 될 테지요. 그런데 ‘색시’라는 낱말도 얕잡는다는 느낌을 받는 낱말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나마 ‘아씨가구’라 하면 낫다 여길는지 모르나, 이 또한 모를 노릇입니다. 있는 그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 고스란히 글로 담지 못합니다. 똥오줌 누는 뒷간에 ‘남자-여자’라 적힌 모습을 보기조차 힘듭니다. (4343.9.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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